삼성전자가 혁신을 총괄하는 최고혁신책임자(CIO) 직을 신설하고,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사장을 임명했다. 실리콘밸리식 혁신과 투자 문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CIO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에선 일반화된 자리지만 국내 기업엔 생소하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의 CIO 임명에 대한 시장 안팎의 기대가 크다. 지난 1년 가까이 총수 부재로 경영 공백 상태를 맞았던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혁신을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5년 전 오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했다. 그는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은 품질 혁신, 능력 위주 인사제도 도입,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 등을 추진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지금 삼성전자는 또 다른 ‘신경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은 반도체가 선전하면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이 거센 추격을 시작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선 해당국 정부까지 나서 노골적인 견제를 하고 있다. 휴대폰 가전 등은 오히려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선 정치적 문제에 휩쓸려 고난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이미지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위기의식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구글 애플 등 ‘혁신의 상징’인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혁신의 고삐를 죄지 않으면 언제든지 나가떨어질 수 있다. 그만큼 혁신은 삼성에 처절하고 절박한 과제다.
삼성전자는 최근 AI(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들을 스카우트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또 다른 ‘신경영’으로 위기를 넘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