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회계처리, 바이오젠 의도보다 판단근거 중요"… 감리위 보고

입력 2018-06-06 17:43
7일 증선위서 첫 논의

증선위에서도 대심제로 '공방'
2~3회 더 개최…이달 말 제재 결론

삼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로
이득 보는 상황이면 회계처리 가능
실제 행사 여부는 중요치 않아"

증선위 민간위원 3명 판단이 변수
업계 "국내 바이오 신뢰 추락 우려"


[ 하수정/박영태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제재 절차가 시작된다. 지난달 세 차례에 걸친 감리위원회에서 심의를 마무리하고 7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재 안건이 처음으로 상정된다. 최종 제재 수위가 어떻게 결정될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 여부에 대한 감리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린 데다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기 때문이다. 증선위가 두세 차례 추가로 열릴 예정이어서 결론은 이달 말에나 날 전망이다.


◆증선위도 대심제 적용

증선위는 7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다. 지난달 31일 열린 감리위의 심의 결과가 보고된 뒤 금융감독원이 감리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다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이 대심제 방식으로 증선위에 참석한다. 대심제는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감리부서가 동석해 동등하게 진술하는 제도다. 감리위에 이어 증선위까지 대심제를 적용받아 심의제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처음이다.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게 적절한 회계처리였느냐는 것이다. 감리위에선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합작회사 등의 지배력을 판단할 때 상대방 의도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이는 증선위 보고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는 미국 합작 파트너인 바이오젠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판단했다면 적절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회계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IFRS에 따르면 콜옵션을 행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행사 비용보다 크면 행사를 한 것으로 간주하고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며 “합작파트너인 바이오젠이 실제로 행사를 했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감리위원 고의성 여부 판단 엇갈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혐의를 심의한 감리위원 8명은 핵심 쟁점인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 적절성에 대해 무혐의부터 최고 수위 중징계까지 의견 차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적 분식’이라는 위원이 3명, ‘분식이 아니다’는 쪽이 3명으로 팽팽했고 1명은 ‘고의성이 없는 과실’ 정도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리위원장인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은 다른 위원들의 의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증선위에서 의견을 내기로 하고 감리위에선 유보 결정을 내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평가 적절성과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도 감리위원 간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선 감리위 의견이 일치했던 만큼 증선위도 이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기술개발비를 투입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미국 바이오젠과의 주주 간 약정을 공시하지 않은 점, 2012~2013년 바이오젠이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점 등 두 가지 공시 누락에 대해 감리위원들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20일 정례회의 前 임시 증선위 열릴 듯

삼성바이오로직스 안건이 상정되는 증선위는 여러 차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일 정례 증선위 이전에 임시 증선위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증선위는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 비상임위원인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박재환 중앙대 경영대 교수,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수결로 의결이 성립되지만 통상 만장일치로 결의한다. 이번 증선위에선 민간위원 3명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교수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윤리기준위원과 금감원 감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세무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세무 회계 전문가로, 보수진영 학자로 분류된다. 2013년부터 증선위 비상임위원을 맡아 온 조 교수는 증선위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동해온 위원으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다. 증권거래소 연구위원과 한국금융법학회 이사 등을 역임한 이 교수는 변호사 출신 법률 전문가로, 진보성향 학자로 평가받는다.

바이오업계는 이번 사태가 국내 바이오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산업은 기업 신뢰가 생명인데 이번 사태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중국 등 해외 기업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정부가 국내 현실에도 맞지 않는 회계기준을 내세워 산업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수정/양병훈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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