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00일' 트럼프의 명암
경제 호황 이끌다
법인세율 21%로 낮추고 규제개혁
美 지난달 실업률 3.8%로 하락
70년 세계 무역질서 무너뜨려
지나친 보호무역주의 강조
中과 마찰…우방국 신뢰도 잃어가
[ 뉴욕=김현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로 취임 500일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첫 500일 동안 그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일을 이뤘다고 많은 사람이 믿는다”는 자화자찬성 트윗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미국 지식인 가운데선 예측불허에다 막말을 즐기는 그를 싫어하는 이들이 많지만, 최근 지지율은 반등세를 타고 있다. 감세와 규제 완화, 반(反)이민 정책 등 대선 공약을 실천하고 있는 데다 경제도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밝혔듯 △3%대의 낮은 실업률 등 경제 성과 △감세와 규제 철폐 정책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 성사 등은 그가 이룬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전방위 통상전쟁 △독불장군식 외교 정책 △갈등을 부추기는 리더십은 과오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 호황이 가장 큰 성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새로운 일자리가 300만 개가량 생겨났다. 그 덕에 지난 5월 실업률이 3.8%로 떨어졌다. 이는 2000년 이후 최저다. 콘퍼런스보드가 조사한 소비자신뢰는 최근 17년 내 최고로 치솟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 4%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호황의 비결은 감세와 규제 완화다. 작년 말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고 기업들은 투자로 보답하고 있다. UBS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기업은 공장설비 등 자본투자를 전년 동기에 비해 39%나 늘렸다.
규제 개혁도 가속화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선 지난 500일간 새 규제 1개가 생길 때 22개 규제가 사라졌다. 미국제조업협회(NAM)는 트럼프 정부가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규제 완화로 41억달러 상당의 규제 부담이 줄었고 기업들은 4470만 시간의 서류작업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다만 감세 등으로 재정적자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끌어냈다. 강력한 경제 제재가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많다.
◆독불장군식 무역·외교 정책
보호주의 무역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이 비판받는 대목이다. 슈퍼 301조와 반덤핑 관세, 세이프가드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규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동원해 70년간 유지돼온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무역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중국과의 통상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일본산 등에도 부과함으로써 우방국과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폐기될 위기다.
독불장군식 외교도 공분을 사고 있다. 작년 5월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데 이어 유럽 동맹국의 반대에도 이란 핵합의를 폐기했다. USA투데이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외교 정책에서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미국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덕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 대선 때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고 있고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파니 클리퍼드)와의 관계에 대해 말 바꾸기를 계속해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500일 중 159일을 자신이 소유한 마라라고 리조트 등에서 묵어 비난받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