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법행정권 남용… 다수의 대법관, '김명수 행보'에 반발

입력 2018-06-05 18:09
수정 2018-06-06 19:04
"과도한 의혹 제기·檢 수사 의뢰에 반대"

일부 대법관 '사퇴' 거론할 정도

고법판사들도 사태 확산 우려
56명 중 32명 "檢 조사는 안돼"

뒷짐 진 김명수 '성토' 목소리


[ 고윤상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다수의 대법관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행보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관의 절반 가량이 과도한 의혹 제기와 검찰 수사 의뢰에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경력 20년 이상의 고위직 판사들인 서울고등법원 판사 56명 중에서도 절반을 웃도는 32명이 검찰 수사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패로 나뉜 대법관들

5일 법원 고위 법관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당사자 격인 김 대법원장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 대법관 가운데 다수가 검찰 수사 등을 언급하는 김 대법원장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보고서에 적힌 몇몇 문구를 재판 거래로 과잉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이들 대법관들의 주장이다.

김 대법원장에게 직접 불만을 전달한 대법관도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대법관직 사퇴가 거론될 정도로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현직 법관은 “오는 8월 퇴임을 앞둔 대법관들에게 ‘차라리 사퇴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조언하는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대법관들은 ‘제기된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김 대법원장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법원장의 행보에 우호적인 견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대법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견 판사’도 사태 확산 우려

법관 경력이 오래된 중견판사 사이에서도 사태 확산 우려가 큰 상황이다. 4일 오후 열린 서울고등법원 판사회의에서 이런 기류가 드러났다. 전체 고법 판사 130명 중 56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검찰 조사에 반대 의견을 나타낸 사람이 32명으로, 찬성 의견(24명)보다 많았다. 판사회의에 올려진 △사법행정권 남용은 중대한 헌법 위반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 촉구 △관련 자료 영구 보존 등의 여러 의결사항도 줄줄이 부결됐다. 이날 오후 열린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에서도 “대법원장 등이 형사고발, 수사의뢰, 수사촉구 등을 할 경우 향후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 고위법관은 “특별조사단 결과와 달리 ‘재판 거래’ 사실이 확정된 듯한 이메일을 보내고, 검찰 고발을 운운한 김 대법원장이 갈등 확산의 주역”이라며 “그런데도 ‘여러 의견을 듣겠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부적절한 리더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젊은 판사를 중심으로 한 각급 단독판사회의에서는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데 이어 서울가정법원과 남부지법, 인천지법, 대구지법의 단독 또는 배석판사들도 회의를 열고 같은 입장을 내놨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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