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가 '스타트업 천국' 뜬 비결은… 産·學·政 찰떡궁합"

입력 2018-06-05 17:32
김태현 aSSIST총장·세리스토 알토대 부총장 대담

노키아發 위기 몰린 핀란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부활

대학에 높은 자율성 줘
새 교육패러다임 펼치는
'핀란드式 교육' 본받아야


[ 김동윤 기자 ]
북유럽의 강소국으로 이름을 떨치던 핀란드는 한때 노키아의 몰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유럽의 실리콘밸리’라 불릴 정도로 창업 열기가 뜨겁다. 헬싱키에 있는 알토대는 핀란드 정부가 산학협력 강화와 융합교육을 위해 헬싱키경제대·헬싱키디자인예술대·헬싱키공대 등 3개 대학을 통합해 만든 실험적인 학교다. 한국과는 1995년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aSSIST)와 EMBA 과정을 공동 운영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EMBA 동문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한누 세리스토 알토대 부총장이 지난 4일 김태현 aSSIST 총장과 ‘핀란드와 한국의 대학교육과 산학협력’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사회=4차 산업혁명에 맞춰 대학 교육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김태현 총장=경영환경 변화로 새로운 사고와 능력을 갖춘 경영자가 필요해졌습니다. 이런 경영자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이 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대량교육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미래인재 교육에 매진해야 합니다.

▶세리스토 부총장=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뒤 교실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이 토론하는 ‘플립드 러닝’을 보다 확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수는 코치 및 멘토와 더 비슷해질 것입니다. 고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학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탈피해야 합니다.

▶사회=대학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김 총장=대학 경영자가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철학으로 무장해 내부 구성원을 이끌 수 있는 실천력을 가져야 합니다. 또 대학 경영자들이 자율적인 권한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리스토 부총장=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구성원들이 적극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인센티브와 교육 기회를 구축해야 합니다.

▶사회=한때 한국에선 ‘핀란드식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핀란드식 교육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세리스토 부총장=핀란드는 역사적으로 교육을 매우 중요시했고 사회를 건설하는 데 높은 수준의 교육, 연구, 과학, 기술이 필수라고생각했습니다. 특히 교사들을 존경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김 총장=학교에 높은 자율성을 부여해 교수들이 새 교육패러다임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국이 본받을 필요가 있어요.

▶사회=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국 대학들은 학생의 취업 문제가 1순위 과제가 됐습니다. 핀란드 대학들은 이런 경험이 없었나요.

▶세리스토 부총장=핀란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자동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어 쉬운 해결책은 없습니다. 핀란드는 현재 평생학습과 미래의 직업 시장을 위한 사람들의 기술 향상 문제를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알토대는 핀란드의 3개 대학이 합쳐진 특이한 형태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실험이 가능할까요.

▶김 총장=한국은 갈수록 대학 입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학의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있어요. 재정이 강하고 경쟁력이 있는 대학들은 특정 대학을 인수해 새롭게 강한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사회=핀란드 하면 한국에서는 노키아의 몰락을 많이 떠올리는데요.

▶김 총장=노키아는 혁신이나 기술이 뒤처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현실 안주, 경영자의 판단 착오와 전략적 선택의 실수 등이 문제였죠.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과 끊임없는 혁신의 추구가 중요함을 일깨워줍니다.

▶사회=핀란드는 지금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세리스토 부총장=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정부, 대학, 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한 덕분입니다. 정부는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다양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참여한 ‘팀 핀란드(Team Finland)’라는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또 기술혁신지원청을 통해 매년 약 1500개의 비즈니스 연구개발(R&D) 프로젝트와 대학에서 진행하는 약 600건의 프로젝트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회=한국 대학들은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고 불평하고 있는데요.

▶세리스토 부총장=핀란드는 10년 전 대학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대학들은 더 많은 자치와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외국인 교수를 모집하거나 재정을 관리하는 등의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대학은 여전히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정부는 납세자들이 대학 예산의 4분의 3을 제공한다는 점을 대학들에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김 총장=한국 대학은 자율성이 대단히 부족합니다. 전통적으로 교육부의 규제가 강합니다. 대학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실험을 추진할 동기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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