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남북정상회담서
AR·VR 섞은 MR 기술로
3D 영상쇼 선보여 '눈길'
信保 '퍼스트 펭귄'에 선정
3년간 최대 30억 지원 받아
[ 배태웅 기자 ]
지난 4월 말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의 끝은 판문점 평화의집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3차원(3D) 영상쇼 ‘하나의 봄’이 장식했다. 평화로운 한반도가 분단을 겪다가 다시 통일이라는 따뜻한 봄을 향해 나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영상이었다.
남북의 이목이 집중된 그 순간, 무대 뒤에서는 분주하게 현장을 지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상을 연출한 혼합현실(MR) 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닷밀의 직원들이었다. MR은 현실의 사물에 가상의 콘텐츠를 결합해 3D 그래픽 등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날 7분간의 공연이 끝난 뒤 정해운 닷밀 대표(사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 5일 만에 준비한 ‘벼락치기’ 공연이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수가 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서울 연희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공연은 역사적 순간인 만큼 더욱 긴장했다”며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과 평양 남북 합동공연을 연출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닷밀은 건물 외벽 등을 화면처럼 활용해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평면은 물론 입체 구조물에도 영상을 투사할 수 있어 가상의 3D 공간을 표현하는 MR 구현에 적합하다. 최근에는 놀이공원이나 기업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닷밀은 그동안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두산인프라코어 등 국내 대기업 행사와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폐회식 공연의 연출 일부를 담당하며 업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올 들어서는 평창동계올림픽, 평양 남북 합동공연,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환송공연 등 굵직한 국가행사를 연이어 맡았다.
기술력이 빛을 보게 된 데는 정 대표의 우직한 성격이 한몫했다. 그는 국내에서 MR이라는 단어조차 낯설 때부터 기술의 가능성을 믿고 지방의 크고 작은 행사를 맡으며 실력을 쌓아갔다. 차츰 입소문이 나고 대기업 행사를 수주하기 시작하면서 사업 규모가 점점 커졌다. 2012년 창업 당시 2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는 현재 50명까지 늘어났고 매출은 지난해 50억원을 돌파했다.
정 대표는 “새로운 콘텐츠에 도전하는 게 재미있어 수익이 나지 않던 기간에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닷밀의 다음 목표는 ‘MR 테마파크’ 설립이다. 기존의 가상현실(VR) 기술보다 MR이 놀이기구 시장에 훨씬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초엔 MR 테마파크의 사업성을 인정받아 신용보증기금이 지정하는 ‘퍼스트 펭귄’ 기업에 선정됐다. 퍼스트 펭귄은 성장성이 뛰어난 창업 3년 이내의 기업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3년 동안 최대 30억원의 투자금을 지원한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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