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화 '엔테베 작전'
[ 유재혁 기자 ]
1976년 6월 다국적 테러범들이 이스라엘로 향하던 프랑스 여객기를 납치해 아프리카 우간다의 엔테베공항으로 몰고 간다. 테러범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239명의 인질 몸값으로 팔레스타인인 54명의 석방과 500만달러를 요구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격론 끝에 최정예 대테러 부대 ‘사이렛 매트칼’을 출동시켜 테러범 7명과 우간다군 45명을 사살하고 대부분의 인질을 구출한다. 희생자는 승객 4명으로 최소화했다. 위험성에 비춰 많은 인질을 구출했다는 점에서 엔테베 작전은 20세기 가장 훌륭한 구출작전으로 불린다.
호세 파딜라 감독의 ‘엔테베 작전’(7일 개봉)은 여객기 피랍 과정,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을 구출하기까지 7일간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나 구출 작전의 영웅 드라마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끝없는 전쟁의 뿌리를 고발하는 정치 드라마 성격이 짙다.
영화는 이스라엘 정부 각료보다 테러범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팔레스타인인들과 힘을 합친 두 명의 독일인이 주인공이다. 실제 존재한 인물들이다. ‘의미 없는 삶을 두려워하는’ 여성 혁명가(로자먼드 파이크 분)와 ‘대중의 의식에 폭탄을 던지고 싶은’ 출판 편집자(다니엘 브륄 분) 등 ‘독일 먹물’ 들은 혁명서적을 탐독하고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납치극을 벌였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이스라엘 정부를 파시스트로 규정하고 그들의 만행을 온 세계에 고발하고 싶지, 무고한 승객들을 살상하는 게 목적은 아니다. 스스로도 ‘혁명가’라 부른다. 그들은 인질들에게도 인간적으로 대해준다. “임신했다”는 한 인질의 거짓말에 속아 석방해주기까지 한다. 그러나 납치극이 진행되는 동안 혁명가에서 테러범으로 변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고민한다. 구출 작전에 나선 이스라엘군이 총을 쏘며 다가오는 것을 목격할 때에도 테러범들은 공언한 대로 인질들을 죽일 것인지 말 것인지 고뇌한다.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은 테러범들에게 발각됐을 만큼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테러범들의 마지막 양심이 더 크게 작용해 인질들이 죽임을 면했다는 점을 넌지시 알려준다.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지금도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원천을 들춰낸다. 당시 작전을 지휘한 강경파 시몬 페레스 국방장관은 나중에 총리와 대통령이 됐고, 협상파였던 이츠하크 라빈 총리는 암살됐다. 엔테베 작전에서 유일하게 숨진 이스라엘 군인은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의 친형이다. 극 중 “팔레스타인과 협상하지 않는 한 이 전쟁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야”라는 라빈 총리의 경고가 울림을 남긴다.
딱딱한 이야기에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테러리스트와 맞서는 부기장, 테러리스트를 돕는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 등이 지루함을 덜어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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