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에 버금가는 '국민주식'이라 불리는 밀 가격이 인상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밀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밀 주요 생산국인 미국, 호주 등에서 발생한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부진해서다.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밀 수급 상황은 생산량 감소 및 소비량 증가로 재고량이 줄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18~2019년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러시아, 미국, 호주 등 주요 밀 생산국의 작황부진 때문이다.
러시아의 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2.3% 감소한 7530t으로 예상된다. 이는 보리와 옥수수로의 작목전환으로 밀 재배 면적이 감소한 데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단수 감소도 더해졌다.
미국은 겨울밀 생산지의 약 35%가 가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주요 18개주 '좋음 또는 아주좋음' 생육 등급 비율이 36%로 전년 대비 16%포인트나 떨어졌다.
호주는 밀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서호주의 지난 3~4월 강수량이 평균 강수량의 27%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가뭄 상황이 지속될 경우 호주 밀 생산량 전망치는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면 소비량은 늘고 있다. 2018~2019년 세계 밀 소비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7억5083t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사료용 밀 소비가 전년 대비 각각 71.4%와 11.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신흥국들은 밀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18~2019년 중국은 세계 밀 재고량의 42.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전 세계 밀 재고량이 4.2%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미국과 국제곡물이사회는 신흥국 영향에 내년 재고량이 전년 대비 2.3%와 1.5%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소맥 7월물은 최근 부셸(27.2kg)당 5.1달러 수준으로 직전 달에 비해 16% 증가했다.
글로벌 수요 공급에 따라 국내서도 밀 가격이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등 국내 제분업체들은 선물 거래를 통해 3~4개월치의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는다.
최근 국제 밀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이미 인상된 가격으로 원료 투입을 하고 있어 조만간 밀가루 가격 인상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해태제과 등 제과업체들은 가격 인상 요인으로 국제 밀가루 가격 폭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밀 가격 인상 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라면업체들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소맥(밀) 수요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인도의 소맥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기후 영향과 미국 등 주요 생산지의 생산량 부진으로 소맥 재고가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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