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똘똘한 사업에만 집중"…'비수익 사업' 포기하는 일본 기업들

입력 2018-06-05 11:10
수정 2018-06-05 11:14

일본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 움직임이 발 빨라지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경쟁력 없는 ‘비수익 사업’의 퇴출이 부쩍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증시에 상장된 일본기업들의 사업철수·축소 공표 건수가 올 들어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골드만삭스 분석 결과, 올해 일본 상장사들의 사업 철수·축소 공표 건수는 4월말 현재 68건에 달합니다. 한해의 3분의1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140건이었던 지난해 전체 건수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사상 최대치였던 1999년도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입니다.

주목되는 점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기업에서도 사업 철수나 축소가 잇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5월에는 카시오가 콤팩트 디카 사업을 접었습니다. 스마트폰의 고기능화가 진행되면서 범용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빠르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카시오는 디지털카메라 사업에서 49억 엔(약 476억 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2000년대 후반 한때 1300억 엔에 달했던 매출은 10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회사 측은 판단했다고 합니다. 시계 사업 등 주력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회사의 진로를 다시 잡았습니다.

지난해 8월 휴대폰 사업 철수를 결정한 후지쓰는 올 1월에 휴대폰 사업부문 매각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일본 휴대폰 시장 점유율이 5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시닥스는 지난달 노래방(가라오케)사업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앞서 일본담배산업(JT)은 2015년에 음료사업에서 철수했고, 히타치제작소는 10년 전 16개에 달했던 상장 자회사를 현재는 5개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히타치제작소 올 1월에 히타치공기를 완전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상장사들이 실적발표 시기에 공개하는 사업별 실적단위(세그먼트) 숫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월 결산법인 중 2008년과 비교 가능한 159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08년 674개였던 사업부는 지난해 626개로 줄었습니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선택과 집중’에 적극적인 것은 일본 증시에서도 주주이익 중시 풍조 강화되면서, 실적이 저조한 사업의 철수와 매각이 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것저것 골고루 진출하는 문화에서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형태로 일본의 기업 문화와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변화의 몸부림은 실적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