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KB금융, 현대홈쇼핑→CJ오쇼핑, 영원무역→휠라코리아
비은행부문 강화한 KB금융
신한지주 제치고 시총 1위로
CJ오쇼핑, 3년 만에 선두 탈환
아이리버, BTS 열풍 타고 급등
[ 오형주 기자 ] 지난 1년간 15개 업종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대장주’의 교체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뚜렷한 실적 개선으로 오랜 라이벌을 따돌린 종목이 있는가 하면, 남북한 경제협력이나 방탄소년단(BTS) 등에 관련 테마주로 엮이며 주가가 급등해 시총 1위에 오른 종목도 있다.
◆실적으로 라이벌 누른 KB금융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62개 업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5월 말 기준) 시총 순위 변화를 조사한 결과, 15개 업종에서 1위 종목이 바뀌었다.
새로 업종 대표주가 된 종목 중엔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며 기존 라이벌 종목을 압도한 경우가 많았다. 금융(은행)업종에서 신한지주를 밀어내고 시총 1위를 차지한 KB금융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지난해 6월29일 7년 만에 신한지주를 제치고 은행업 시총 1위에 올랐다. 이후 두 종목은 한동안 시총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으나 지난해 말부터는 KB금융이 계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증권가에선 KB금융이 지난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 부문을 대폭 강화한 것을 ‘역전’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3119억원의 순이익을 내 신한지주(2조9179억원)를 앞질렀고 올해 1분기에도 신한지주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홈쇼핑업종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CJ오쇼핑이 2015년 이후 현대홈쇼핑에 뺏긴 ‘왕좌’를 3년여 만에 되찾았다. 올해 1분기 CJ오쇼핑은 매출 5647억원, 영업이익 555억원으로, 홈쇼핑 업체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CJ오쇼핑은 다음달 1일 CJ E&M과 합병을 앞두고 최근 414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전량 소각을 결정하는 등 주가 부양에도 적극적이다.
섬유 및 의복에서는 지난해 시총 3위에 그쳤던 휠라코리아가 올 들어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을 차례로 제치고 1위로 급부상했다. 이 기간 휠라코리아 주가상승률은 90%가 넘는다. 휠라코리아는 내수와 중국시장 판매가 회복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4% 늘었다.
◆아이리버, 컴퓨터·주변기기 대장주로
실적 이외 변수도 대장주 순위가 바뀌는 데 영향을 줬다. 기업을 둘러싼 각종 리스크(위험), 증시를 강타한 테마주 합류 여부, 분할·합병 등 요인이 작용해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했다.
바이오업종에서는 셀트리온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시총 1위에 복귀했다. 지난 1년간 두 종목은 앞서거니 뒷서거니했으나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의혹에 휘말리면서 셀트리온이 격차를 벌리며 앞서고 있다.
기계업종에서는 대표적 경협주로 꼽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두산밥캣을 추월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시총은 불과 1년 만에 1조5371억원에서 3조6256억원으로 136% 급증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는 아이리버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대장주로 급부상했다. 1년 전 1555억원에 불과했던 아이리버 시총은 지난달 31일 4650억원으로 3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튜디오드래곤은 방탄소년단이 몰고 온 엔터주 열풍 속에 제일기획과 카카오M 등을 제치고 CJ E&M에 이어 미디어업종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음료업종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어부지리’로 롯데칠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롯데칠성 투자부문이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에 분할·합병되면서 시총이 대폭 줄어든 덕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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