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회담 '프로토콜 정치학'
'자유분방 vs 은둔형' 의전 비상
경호부터 키·스킨십·메뉴까지
정치적 의미 담겨…고난도 조율
[ 박수진 기자 ]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북 정상회담의 의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정상 간 인사 방법과 식사 메뉴, 회담장 배치 등 하나하나가 회담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프로토콜의 정치학’이란 말까지 나온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경호(도·감청 방지 포함) △스킨십 △식음료 △선물 △공동합의문 채택 △언론 발표 등 여섯 개 항목으로 나눠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두 나라는 경호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폴리티코는 “김정은이 ‘생명에 대한 위협’을 경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 간 인사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의 손을 쥐고 흔드는 악수법으로 악명이 높다. 김정은은 난데없는 포옹으로 상대방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과거 백악관에서 일했던 인사는 “김정은 참모들이 트럼프 스킨십에 대비하도록 돕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촬영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키는 약 190㎝로, 김정은보다 20㎝가량 크다. 폴리티코는 “김정은이 트럼프를 올려다보며 사진 찍기를 꺼린다면 앉아서 찍자고 주장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키높이 구두를 신고 만났다. 폴리티코는 처음 만났을 때 무표정하게 대할지 아니면 웃을지, 존칭은 어떻게 붙일지 등도 미묘한 정치적 의미를 갖기 때문에 양측이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슈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격식을 차리지 않는 태도를 보이거나 공식 의전을 무시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북한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매우 의식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테이블에서 어느 쪽에 앉을 것이냐 등을 크게 신경 쓴다고 보도했다.
식단을 싱가포르 전통음식 중심으로 짤지, 미국식 소고기 또는 한국식 쌀밥 위주로 할지 등도 기싸움이 펼쳐지는 부분이다. 어떤 선물을 주고받을지도 눈길을 끈다. 미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선물이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현실적 고려사항이다. 김정은이 기자회견에 도전할지도 관심거리다. 4·27 남북한 정상회담 때는 성명서만 읽고 곧바로 퇴장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