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반도체 3社 압박 수위 높이는 中… 가격담합 판정 땐 과징금 8兆 넘을 수도

입력 2018-06-03 17:26
中, 반도체 가격담합 조사

D램 값 2년새 3배 폭등
中 화웨이 등 "사업 어렵다"
中정부 차원 견제 나선 듯

일각 "美와 통상분쟁 격화
한국 아닌 마이크론 겨냥"


[ 노경목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제조회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삼성전자 관계자를 소환해 D램 가격 상승과 관련해 조사했다. 올 2월에는 △D램 가격 동결 △원활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 △자국 업체에 대한 특허 소송 중단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대한 지난달 31일 가격담합 의혹 조사는 이 같은 압박의 연장선이다. 결과에 따라 과징금 징수 및 관련자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D램 가격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4기가비트(Gb) D램 가격은 2016년 6월 1.31달러에서 올해 4월 3.94달러로 3배로 올랐다. 가격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95.6%로 절대적이다. 모바일용 D램 등 사양이 높은 제품에서는 해당 수치가 거의 100%에 이른다. D램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과 PC 제조업체들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화웨이와 샤오미, 레노버 등 관련 중국 제조사들이 중국 정부에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가격담합 의혹 조사를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반도체 굴기(起: 우뚝 일어섬)’마저 기대보다 늦어지며 삼성전자 등에 대한 중국 정부 내 견제 심리도 높아지고 있다. 창장메모리와 허페이창신 등 중국 업체들은 당초 올 연말로 예상됐던 메모리 반도체 양산 시점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격담합 조사의 타깃이 된 D램은 2020년에도 양산이 힘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갈수록 격화하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가격담합 조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가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은 중국 업체의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을 막은 데 이어 개별 중국 업체 제재에도 나서고 있다. 17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르는 벌금이 부과될 위기에 몰린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가 단적인 예다. 지난달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ZTE에 대한 대규모 벌금 부과 의사를 밝힌 직후 중국 정부는 마이크론 관계자들을 소환해 D램 가격 산정 등을 조사했다.

중국 정부가 실제로 가격담합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6년 미국 법정의 가격담합 인정 판결로 수천억원의 벌금을 내고 전·현직 간부가 징역형을 받은 반도체 업체들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항을 모두 없앴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출장 비행기 안에서 만나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도록 교육 받는다”며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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