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연이 한창인데 한 중년 관객분께서 귤을 까서 드시고 계시더라고요. 원래 공연장 음식 반입이 안되거든요. 살짝 다가가 '여기서 귤 드시면 안 돼요'라고 귓속말로 말씀드렸더니 '아유, 아가씨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깐 귤을 제 입에 급히 쑤셔 넣으시는 거예요. 당황스러워서 혼났어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글을 공유하며 함께 생각해보는 [와글와글]. 오늘은 공연기획사에서 4년째 일하는 A씨가 겪은 황당한 관람객들의 천태만상을 공유한다.
A씨가 전한 공연장 내 진상 관람객의 행태는 다양했다.
음식물을 섭취하다가 제지당하자 직원 입에 넣어주는 사례는 애교에 속한다.
A씨는 귤 외에 과자, 오징어도 관람객에게 받아봤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섭취를 제지하는 직원 입에 음식물을 넣어주는 계층은 중년 여성이 많지만 공연장 내에몰래 음식물을 몰래 하는 관객은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음식물을 반입을 제지 당한 관객들은 흔히 화장실 등에서 몰래 가방에 넣고 입장한 후 공연 중 부스럭거리며 꺼내먹는다.
심지어 과자를 먹거나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A씨는 "그 공연 하는 100분간 그 음식 안 먹으면 큰일 나는 것이냐"면서 "다른 관객들 생각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티켓 부스에서 아이를 맡아 돌본 경험도 있다.
미취학 아동 관람이 안되는 공연장에 미처 관람연령 확인 없이 5세 아이를 데려온 관람객이 입장을 제지당하자 "이 아이는 혼자서도 잘 놀고 순하다"면서 직원 손에 맡기고 혼자 공연을 본 관객도 있었다고 한다.
A씨가 '맡기시면 안 된다'고 했지만 했지만 그 아이 엄마는 막무가내로 아이를 두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졸지에 보모가 된 직원은 행여 아이 안전사고라도 생길세라 불안해하며 공연이 끝나고 보호자가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공연에서도 직원과 관람객 간 실랑이는 종종 빚어진다.
"24개월 이상 관람이 가능한 공연이었어요. 한 어머님이 4살쯤 된 아이를 데리고 오셨는데 표를 한 장만 주시는 거예요. 공연은 1인 1매 표가 원칙이기 때문에 아이 표도 구매하셔야 한다고 안내를 드렸더니 '내 무릎에 앉혀 볼 건데 왜 표가 필요하냐'고 화를 내신 경우도 있었어요."
아기띠로 어린아이를 안고 온 한 관객은 '아이가 시끄러우면 오히려 잠을 잘 자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입장시켜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유아 동반 관객이 아닌 경우 가장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지각 관람이나 재입장 문제다.
배우들이 실연을 하고 있는 뮤지컬은 공연 특성상 다른 관람객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간 입장이나 재입장 등이 엄격히 제한된다.
이런 사항에 대해 A씨는 관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는 일이 많다.
공연이 이미 시작해서 한창 진행 중인데 자기 자리를 찾아가서 앉겠다고 우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돈 주고 표를 샀는데 왜 내 자리에 못 앉게 하느냐'는 것이 그들의 주장.
중간에 화장실을 간다든지 퇴장을 하는 관객에게 "재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 또는 "인터미션 시간이 돼야 입장 가능하다"고 설명할 때면 관객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얼마 전에는 한 젊은 커플 관객 중 남성분이 공연 도중 화장실을 가겠다고 나오셨어요. 공연 중 재입장이 어렵다고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공연장이 떠나가라 고성을 지르시는 거예요. 내부 공연에 방해가 될 정도로요. 할 수 없이 입구와 가까운 뒷자리로 안내들 드리겠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직원이 뒷좌석으로 안내하자 아무렇지도 않게 본인이 원래 앉았던 앞 좌석 여자친구 옆으로 당당하게 걸어 가시더라구요."
편의를 봐주기 위해 재입장을 허용해 준 직원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이 같은 사례 외에도 공연 도중 휴대전화가 울리는 것은 물론 심지어 전화를 받아서 '여보세요?', "뭐라고 크게 말해봐' 하면서 걸어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A씨는 "규정을 친절히 설명드리면 할 수 없이 뒤돌아 가시면서 마치 직원들 들으라는 듯이 누군가에게 욕설하는 전화를 하는 관객들도 많다"면서 "공연장은 극장과는 다르다. 음식물 섭취는 절대 안되고 뚜껑 생수 하나만 가능하다. 혹여 급한 일이 생겨서 나가야 할 때는 주변 관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퇴장해 달라. 공연 특성상 중간에 관객들이 들어오고 나가면 다른 관람객들에게 가는 피해가 막심하다. 영화보다 비싼 금액을 냈으니까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 말고 역지사지로 생각하는 공연 에티켓을 갖춘다면 더욱 즐거운 공연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네티즌들은 "공연장에서 앞 좌석 발로 차지 좀 마라", "뮤지컬 보러 갔는데 뒷자리에서 스킨십하고 2부에서는 여자가 남자 무릎에 눕고 난리치는 커플이 있었다. 제발 개념 좀 갖고 살자", "공연장 내 사진촬영 금지라고 하면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 엔딩 신나게 즐기고 있는데 휴대폰 들어서 사진 찍느라 무대 가리면 짜증난다", "치킨 먹는 관객도 봤다. 냄새가 진동해서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 등의 의견으로 성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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