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밝힌 '4차 산업혁명 시대' 해법
[ 안정락/이승우 기자 ]
“19세기 영국에서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시행한 ‘레드 플래그법(Red Flag Act·적기조례)’은 기존 마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어이없는 규제였습니다. 자동차 속도를 대폭 제한하고, 차량의 조수는 60야드(55m)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걸어가면서 마차의 통행을 도와야 했습니다.”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31일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8’에 참석한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ST)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영국은 레드 플래그법 탓에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독일과 미국에 넘겨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도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이 원장은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규제 때문에 신사업을 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말로만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할 게 아니라 범(汎)부처 차원의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은경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과학인재 양성을 위해 소프트웨어와 ‘스팀(STEAM)’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스팀 교육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ematics)의 약자다.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교과서 속 지식과 실생활이 연계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융합적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대표는 “비행기로 한국까지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인구만 14억 명”이라며 “이들이 한국에 의료관광을 오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체험을 하러 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이 과학, 바이오, 정보기술(IT) 벤처를 앞다퉈 인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학생들도 이 분야에 더욱 관심을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순훈 S&T중공업 회장(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자유시장경제 안에서 벤처로 창업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인터넷망이 잘 깔려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자동차 분야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며 “무리한 욕심으로 모든 것을 하려 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협업 역량을 기르는 교수법이 필요한 시대”라며 “교육과정에서 산업과의 연계성을 더 강화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이승우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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