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법정 점거당했는데… 대법원장은 여론 흐름만 살피나"

입력 2018-05-30 18:10
수정 2018-05-31 06:29
靑과 '재판거래' 의혹 부풀리며
여론몰이식 발언에 비판 일어
사법부 신뢰는 추락하는데…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 고윤상 기자 ] “대법관은 모욕당했고, 대법정은 점거당한 상황에서 문제를 부추기는 듯하는 게 사법부 수장의 태도입니까.”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의혹’을 밝히겠다며 김명수 대법원장과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일부 판사들이 강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3차 조사 결과를 내놓은 뒤의 후폭풍이다.

조사단은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결론냈지만 이들 일각의 검찰 고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 대법원장 역시 검찰 고발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사태는 일파만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현직 대법관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사법 신뢰는 급전직하로 추락 중이다.

인권법 판사들이 ‘재판 거래’라고 주장하는 문서는 2015년 7월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 자료’다. 대법원 판결 중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침에 부합할 만한 것들을 모아놓은 정리 자료다. 과거사 정립·자유민주주의 수호·국가경제발전 최우선 고려·4대 부문 개혁 중 노동과 개혁 부문 등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이를 재판 거래로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다수 법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상고법원 추진 등을 위해 청와대 협조가 필요했던 법원행정처가 ‘홍보물’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장판사는 “양 대법원장 당시 오히려 청와대는 사법부에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판결 중 청와대가 관심 가질 만한 것들을 정리해 홍보물처럼 만든 것 정도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관 출신 한 변호사도 “재판 거래 등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법관 출신으로서 상당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선 법관들은 재판 거래를 기정사실로 몰아붙이고 있다. 사실관계확정도 없이 법관들이 전임 대법원장을 ‘협잡꾼’으로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중립 성향의 판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30일 법원 내부망에 “법치행위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는 행위가 아니다”고 우려를 밝혔다.

사법부가 내홍에 휩싸인 사이 대법정은 거래를 기정사실화한 전 KTX 승무원들에게 점거당했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인권법 판사들이 주도하는 ‘자문기구’에 불과한 전국법관대표회의 논의만 기다리는 모양새다. ‘여론몰이’나 ‘여론추수’는 대법원장 업무가 아니다.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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