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워싱턴 합의 뒤집어
내달 15일 대상품목 발표
중국인 비자 기한 단축
WSJ "뉴욕행 北 김영철
베이징서 中 관료 만나자
곧바로 관세 부과 발표"
[ 뉴욕=김현석/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폭탄’ 조치를 강행하기로 했다. 중국과 두 차례 통상 협상을 통해 맞대응식 관세 보복을 보류하기로 합의한 지 열흘 만이다.
미국은 또 중국의 남중국해 확장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고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비자 유효 기간을 단축하는 등 통상과 군사, 외교 전면에서 공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이 얼마 전 미·북 정상회담을 방해하는 배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중국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겨냥한 통상·외교 총공세
미국 백악관은 29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5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대상 품목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9일 통상 갈등을 완화하기로 한 중국과의 공동합의문을 뒤집은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당시 관세 부과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종 관세 부과 품목을 다음달 15일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산업정책인 ‘중국 제조 2025’에 포함된 바이오, 로봇, 통신장비, 항공우주,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1300여 개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초 백악관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총 1500억달러에 달하는 관세 패키지를 준비해왔다는 점에서 500억달러어치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은 첫 단계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또 산업기밀을 지키기 위해 중국 기업 및 개인의 투자를 제한하고 수출을 통제할 방침이다. 대상 기업과 개인 명단은 다음달 30일 공개한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첨단 분야에서 유학하거나 일하는 중국인의 비자 기간도 단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봇, 항공 등 첨단 분야로 유학오는 중국인 대학원생의 비자 기한을 1년으로 제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상무부가 지정한 기업에서 연구원 등으로 일하는 중국인은 복수의 미 정부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미 국무부는 이를 6월1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각국 미 대사관 등에 지시했다.
◆“미·북 정상회담 방해말라” 경고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은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관세 부과 방침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중국이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을 두 번째 만난 뒤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은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23일 트위터를 통해서는 “중국과의 협상은 성공하기 어려우며 결국 우리는 ‘다른 구조(different structure)’를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도 WSJ 인터뷰에서 “미국의 강경 자세는 미·북 정상회담이 거의 무산될 뻔한 것이 중국 때문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도 미국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더 이상 미·북 정상회담을 방해하지 말라고 중국에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그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뉴욕으로 출발하기 전 베이징에서 중국 관료들을 만나자 곧바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방침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종 관세 부과 대상 품목 발표를 미·북 정상회담 사흘 뒤인 15일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NYT는 미국이 무역 공세뿐만 아니라 군사적 압력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지 며칠 만에 두 척의 중무장 구축함을 남중국해에 파견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고 보도했다. WSJ와 CNN 등은 내달 2일 중국을 찾아 3차 무역협상을 벌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로스 장관의 방중 일정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뉴욕=김현석/워싱턴=박수진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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