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항생제 개발, 기업만으론 힘들다"

입력 2018-05-30 17:44
수정 2018-05-30 18:01
장 피에르 파쿠 GARDP 이사




"시장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는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해법에 대한 논의는 개발사에 대한 보상에 집중돼야 합니다."

장 피에르 파쿠 GARDP 이사(사진)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항생제의 오남용과 부족한 투자 및 보상 때문에 생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GARDP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다. GARDP는 슈퍼박테리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소외질환 관련 신약 연구개발 조직인 DNDi가 2016년 공동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항생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파쿠 박사는 GARDP에서 사업개발 및 협력전략을 맡고 있다. 그는 "항생제 개발은 공중보건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공공재로서 기존 의약품과는 다른 지위를 줘야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2016년 발표한 항생제 내성 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70만명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하고, 35년간 100조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항생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제약사는 적은 실정이다. 항생물질의 발굴 및 개발이 어렵고, 항생제를 개발한 이후에도 우대받지 못하는 약가와 극복하기 힘든 내성균 문제로 경제적 이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파쿠 박사는 "항생제 개발의 지원은 '엔드투엔드(end to end)' 모델이 필요하다"며 "GARDP는 개발의 성패와 상관 없이 기초연구에서부터 발매 이후 시장 안착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고 했다. 항생제 개발의 특정 단계만 지원한다면,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GARDP는 설립 이후 올 4월까지 항생제 개발에 6400만유로(약 800억원)의 연구자금을 지원했다. 2023년까지 2억600만유로(2580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항생제 개발에 대한 국내의 지원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원빈 동아에스티 상무는 "경제적 이익이 적은 항생제 개발은 기업에 맡겨서는 어렵다"며 "이미 해외에서는 항생제 개발이 정부나 사회단체의 지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부나 사회단체의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임 상무는 동아에스티의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의 개발 주역이다. 그는 "인도에서 발견된 슈퍼박테리아가 수주 후에 유럽에서 나오는 등 전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미국 및 유럽 외에는 항생제 개발에 대한 지원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만 개발해서는 내성균에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 물론 국제 공조 등으로 항생제 개발에 대한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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