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리 올라가고 자금조달 비용 커져"… 올해 14곳 조기상환 몰려
현대상선·대한항공·SK해운 등 부채비율 300% 넘는 발행사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
[ 하수정/김진성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올해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상환 기한이 돌아온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신흥국 금융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14개 기업의 영구채 조기상환 기한이 대거 몰려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영구채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채권과 주식 투자자도 영구채 발행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구채는 만기 30년 이상의 장기채권인데, 통상 발행 5년이 됐을 때 회사가 조기 상환하거나 가산금리를 붙여 투자자에게 더 많은 이자를 주고 연장한다.
◆올 조기상환 3.6조… 전체 30% 몰려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일반기업의 영구채 발행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영구채가 최초 발행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44개사가 약 12조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 중 전체 발행액의 30.2%인 3조6270억원의 조기 상환 시점이 올해다. 영구채 발행이 2013년부터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영구채 조기상환이 걸린 기업은 포스코(8000억원) SK텔레콤(4000억원) 포스코에너지(3600억원) 롯데쇼핑(2700억원) 두산중공업유럽법인(3200억원) 등 14곳이다. 기업은 조기상환이 돌아오는 대규모 영구채에 대해 각기 다른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포스코와 대한항공은 영구채 상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기존 조기상환분을 갚고 다시 영구채를 차환발행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현대상선은 가산금리가 2020년부터 더해짐에 따라 그때까지는 조기 상환하지 않고 연장하기로 했다.
◆조기상환해도 재무구조에 부담
금감원은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돼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으론 기업 재무구조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이 영구채 조기상환을 위해 영구채를 차환 발행하면 회계상 부채비율은 유지되지만 금리가 높아져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조기상환분을 갚고 일반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회사채는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돼 부채 비율이 급증한다. 금리인상 시기에는 영구채를 조기상환하든, 안 하든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특히 부채비율이 300%가 넘는 등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영구채 조기상환 시한과 맞물려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비율이 300% 이상이면서 올해 영구채 조기상환이 도래한 기업은 현대상선 대한항공 SK해운 CJ푸드빌 등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영구채 조기상환에 대해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일부 기업은 부채비율이 2000%, 3000%씩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금리 인상 시기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고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영구채와 관련한 자금조달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구채는 후순위 조건으로 파산 시 투자금 회수가 곤란하며 공시에서도 정보를 찾기 어렵다”며 “영구채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채권 투자자와 주식 투자자들도 해당 기업의 재무 상황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수정/김진성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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