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영철, 폼페이오 이어 트럼프 만날까… '핵담판 마무리' 관심

입력 2018-05-29 17:49
수정 2018-08-27 00:02
美·北 비핵화 최종 조율

뉴욕·판문점·싱가포르서 동시다발 물밑 접촉

성 김·최선희, 또 의제 실무협상
비핵화·체제보장 절충안 마련한 듯
'신속한 단계적 방식' 가능성

싱가포르선 의전·경호 협상도


[ 김채연 기자 ]
미국과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회담 의제와 의전에 대한 협상을 이어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도 30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최종적으로 비핵화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북 비핵화 절충안 마련한 듯

김영철은 2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공항에 북한의 대미 외교 담당인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과 함께 도착했다. 이들은 30일 오후 1시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을 통해 뉴욕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김영철은 미국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 회담 의제 및 의전 등을 놓고 담판을 벌인다.

군 출신인 김영철은 폼페이오 장관의 두 차례 방북을 이끌어냈고 1, 2차 남북한 정상회담에도 배석한 인물이다. 폼페이오는 지난 9일 2차 방북에서 김영철에 대해 ‘훌륭한 파트너’라고 칭하기도 했다.

김영철이 예상보다 일찍 미국으로 향함에 따라 미·북이 비핵화에 대한 절충안을 마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는 지난 27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한 의제 관련 협상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뒤 이날 다시 만나 재협상을 시도했다. 그간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미국은 일괄타결 방식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주장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비핵화 이행 현실을 감안해 ‘신속한 단계적 방식’을 처음 언급하며 북한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북한도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트럼프 모델’에 대해 호응하면서 양측 간 접점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철과 폼페이오 장관 간 협상에서 최종 합의안 가안을 만들어 낸다면 미·북 정상회담도 예정대로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전망이다.

김영철은 이날 베이징에 머물면서 중국 측 인사와도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철은 당초 이날 오후 1시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CA817편을 예약했으나 베이징 도착 후 예약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최종 담판을 앞두고 우군인 중국과 사전 의견 조율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의제와 별도로 의전·경호·장소·세부 동선 등을 논의하는 실무 협상이 2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됐다.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날 싱가포르 모처에서 만나 회담 진행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김영철, 트럼프 만나나

김영철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지도 관심사다. 2000년 조명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이후 북한 최고위급 인사로는 18년 만의 워싱턴 방문이다. 조명록은 2000년 10월10일 당시 미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김영철이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미특사 자격으로 김정은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이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김영철이 30일 뉴욕행 비행기를 타는 만큼 워싱턴엔 가지 않고 폼페이오 장관과 ‘뉴욕 회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김영철이 미국 독자제재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어서 폼페이오 장관이 뉴욕으로 와서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나 특정호텔에서 회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