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정보기술(IT)주를 판 외국인이 이달 들어 다시 바구니에 IT주를 담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전기전자업종에 대해 1조65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이달에는 9436억원(28일 기준)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이달 들어 1.14% 상승해 같은 기간 1.44% 하락한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상회했다.
이는 1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IT기업들의 실적 경쟁력이 부각된 덕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이 이익가시성에 집중하면서 관련주 순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산업재와 헬스케어가 남북 경제협력 이슈를 놓고 급등락하는 사이 IT가 눈에 들어오고 있다"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5일(현지시간)까지 5일 연속 상승했고 SK하이닉스가 지난주 신고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인터넷기업의 데이터센터와 서버 관련 설비투자(CAPEX)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황 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차별화된 업황과 기업 실적이 주가 우상향을 재차 이끌 것이란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는 분위기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1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 확인된 이후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구조적 성장에 대한 신뢰가 더욱 높아지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업종의 경우 1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이익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반도체 업종의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근거가 높은 이익 변동성이었음을 고려하면 안정적 이익 창출로 변모되는 과정은 향후 PER 배수 확대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매도세 정점 통과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비중은 1990년 이후 장기 평균인 52%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 선회는 삼성전자가 시장 추세 전환을 견인하는 핵심촉매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발(發) 불안 확산과 달러화 강세 등 거시경제(매크로) 환경과 미·북 정상회담 등 이슈를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IT주가 지수 추가 상승을 이끌기에는 힘이 부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김 팀장은 "미국 IT 대비 상대 주가수익비율(PER)이 14년래 최저인 30%대라는 점과 반도체 기업의 4월 이후 이익전망치의 상향 조정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반도체 업종은 당분간 코스피 하단을 지지해 주는 역할이 기대되지만 톱픽(최선호주)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익 증가율 둔화와 대형주에 불리한 거시경제 환경을 지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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