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경기 침체? 시장의 소리 들어야

입력 2018-05-28 17:52
피에르 앙리 플라망드 < 英 맨그룹 맨GLG 최고투자책임자 >


[ 이현일 기자 ]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글로벌 경기 흐름에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 주가의 이례적인 등락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날 캐터필러는 예상을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실적 전망치를 25%가량 높이기도 했다. 북미 지역 건설과 중국 인프라 프로젝트 등 지속적인 수요로 건설장비 매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날 장 초반에는 주가가 전날보다 4.6%까지 올랐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자마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장에서 브래드 하버슨 캐터필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분기 조정 주당순이익이 올해 정점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주가는 12% 넘게 급락했다.

지나가듯 내뱉은 한마디가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일부 전문가는 캐터필러 실적이 미국과 중국의 수요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져 시장이 격렬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어쩌면 투자자들은 캐터필러 CFO의 입을 통해 자신들이 듣고 싶었던 말, 이를테면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소식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부정적 소식에 흔들리는 투자자

투자자들 심리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어느 방향이 맞는지 답을 찾아 헤매는 투자자들은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설명해 줄 강력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중국과 유럽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예상치를 넘는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했다. 동시에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시장에 돈을 풀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이 미국의 긴축 정책을 의식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며칠 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유럽 경제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면서 “당분간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며 최근 나타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 둔화에 대해 더 이해한 뒤 9월 이후 통화 정책 변경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안 때문에 투자 시장에서 자금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

경제 참여자들은 세계 경제 침체는 시간 문제며, 피할 수 없는 사실로 여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단기적으로 세계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그에 따라 수개월간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강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테일 리스크(tail risk: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악영향을 주는 위험)’는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시장 변동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경영진과 대화를 나눠라

경제 주체들이 투자 활동을 할 때 거시경제 지표를 검토하는 것은 유익한 일이다. 그렇지만 경기 선행지표만을 맹목적으로 신뢰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제 체력을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종 소비자 시장의 상황을 날마다 생생히 전해 듣고 있는 최일선의 기업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경제 활동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접 현장을 찾아가 경영진을 만나는 등 사람이 해야하는 역할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캐터필러 실적 발표를 둘러싼 이번 소동은 투자 결정 단계에서 진정 의미 있는 뉴스와 단순한 소음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야로 깊이 있게 사안을 바라볼 줄 아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정리=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은 영국 대체투자전문 투자운용사 맨그룹 투자 전략가들의 기고문을 월 1회 독점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