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브러더스' 쇼트게임에 혀 내두른 44세 베테랑
KPGA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위와 함께 뛴 황인춘
"내리막 경사에 꽂혀있어도
홀 옆에 공 바짝 붙이더라"
최경주 1~2R 스코어 나빠도
녹슬지 않은 '벙커샷 묘기'
[ 조희찬 기자 ]
“다르긴 정말 다르더라고요.”
황인춘(44)은 2003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16년째 정규투어에서 뛰며 5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도 최경주(48)와 위창수(46)에게 “배울 것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그는 25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최경주, 위창수와 함께 2라운드를 뛰었다.
황인춘은 “이런 표현이 우습지만 최경주 프로와 위창수 프로는 보기를 해도 매우 ‘쉽게’ 하더라”며 “물론 이번 대회 두 사람의 성적이 좋지 않지만 그건 퍼팅이 잘 안 돼서 그럴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말 말도 안 되는 샷이 종종 나온다”며 “내리막 경사에 꽂혀 있는 홀 옆에 공을 붙이는 등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기술로 가득했다”고 부연했다.
최경주는 다음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컨디션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는 시차에 적응할 새도 없이 유소년 골프 지도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침체기에 빠진 한국 골프는 최경주가 찾은 지난 2주간 그나마 활기를 띠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최경주는 이번주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위창수 역시 클럽을 놓고 스윙 코치로 돌아선 지 오래다. 하지만 황인춘이 PGA투어 선수들의 위엄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황인춘은 “최 프로와 위 프로는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항상 웃고 갤러리가 움직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갤러리가 골프를 즐기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쉽게 기권하는 선수가 꽤 있었는데,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두 선수의 모습을 후배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경주는 1, 2라운드 스코어가 좋지 못했지만 벙커에서만큼은 예전의 ‘탱크’다운 모습을 뽐냈다. 황인춘이 비결을 물어볼 정도였다. 황인춘은 “최 프로가 벙커 샷을 잘하려면 ‘하루에 4시간을 연습하라’고 했다”며 “4시간으로도 샷이 나아지지 않으면 8시간을 하라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황인춘은 샷만큼은 후배들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골프를 하는 환경이 좋아져 김시우(23) 등 정상급 선수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골프장도 이젠 대회를 열면 오비(OB) 말뚝을 빼고 선수들이 마음껏 스윙하도록 배려한다”며 “예전에는 ‘정확히 쳐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훨씬 더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됐고 후배들도 점점 더 실력이 느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한밀(27)이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정환(27)이 1타를 줄여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로 전가람(23)과 함께 공동 2위다.
인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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