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난에 결국… 태영호, 국정원 연구소서 사퇴

입력 2018-05-24 18:54
수정 2018-05-25 06:15
"나가서 자유롭게 활동할것"


[ 정인설 기자 ] 북한을 비판해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사진)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위원에서 물러난다. 태 전 공사에 대한 북한의 압박공세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관계자는 24일 “태 위원이 어제 오후 사의를 밝혔다”며 “조만간 면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태 전 공사가 ‘100% 자발적인 사의’라고 밝혔다”며 “남북화해와 협력을 이어나가야 할 상황에서 고민 끝에 내린 판단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연구원과 국정원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도 사퇴 이유로 거론했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향후 활동계획에 대해 “블로그도 열심히 하고 자유롭게 활동하겠다”고 말했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태 전 공사는 2016년 부인 및 아들 2명과 함께 망명한 뒤 작년 1월부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일해왔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외교관으로 겪은 경험과 북한에 대한 소회를 바탕으로 쓴 《태영호 증언-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급하고 거친 성격”이라고 묘사했다. 국회에서 출간기념회를 겸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정은의 외교적 행보에 대해 ‘쇼맨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핵은 북한 체제 유지의 원천이자 ‘창과 방패’ 역할을 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CVID)에 합의한다고 해도 이행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에 대해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태 전 공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19일에는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태 전 공사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취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