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나들이
JLPGA 한국인 최다승 목표
"안선주·전미정 선배 따라잡을 것"
25일 E1 채리티 오픈 출격
[ 조희찬 기자 ]
이보미(30·사진)는 평소 일본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신경을 쓰거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답한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단 자신에게 집중하려 한다. 덕분에 스스로 냉정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9개월 만에 국내 팬 앞에 서는 이보미는 24일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 연습라운드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좋은 기량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낀다”며 “체력이 많이 달리고, 이제는 (선수로서) 내려가는 단계”라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또 “그동안 (전성기처럼) 좋았던 것들만 비교하면서 나 자신을 힘들게 해 왔다”며 “예전의 나와 비교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보미는 2015·2016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특히 2015시즌에는 상금으로만 2억3000만엔(약 22억6000만원)을 벌었다. 이는 지금까지 일본 남녀 투어를 통틀어 단일시즌 최다 상금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난 시즌에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럼프를 캣 레이디스 대회 우승으로 씻어냈다. 올해도 부진이 찾아왔다. 이보미는 현재 그에게 닥친 두 번째 난관을 극복 중이다.
그는 “그때는 그때의 이보미고 지금은 지금의 이보미가 돼야 한다”며 “2018년의 이보미다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힘든 시기도 있다고 받아들이고 잘 풀리게끔 팀원들과 함께 미팅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골프라는 운동이 골프 하나만 잘한다고 잘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힘든 시기에도 이보미는 웃는다. ‘스마일’은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최근 일본의 한 대회에선 갤러리 투표로 정하는 ‘베스트 스마일상’을 5년 연속 받기도 했다. 이보미는 “어릴 때 주변 분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고, 웃으니 좋아해 주시는 기억이 있다”며 “그래서 그런지 잘 웃고 잘 인사하려 한다. 팬들도 그런 부분을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최근 더 많이 채찍질하고 있다. 시즌 중에는 체력 안배를 위해 잘 하지 않던 웨이트 트레이닝도 1주일에 세 번씩 꼭 챙겨서 한다. 연습장에서도 매일 최소 1시간 이상을 보내며 연습시간을 늘렸다. 이보미는 “나이가 드니 좀 잘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젠 놀러 가도 쉬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JLPGA투어는 우승자에게 자동차를 부상으로 자주 내거는데, 이보미는 자동차만 20대 가까이 받았다. 그도 옛 영광을 재연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의 새 목표는 차곡차곡 1승을 쌓아 아직도 건재한 선배들을 따라잡는 것이다. 이보미는 JLPGA투어 통산 21승을 거두고 있다. 안선주(31)와 전미정(36)은 25승으로 이보미를 앞서고 있다.
이보미는 “언니들이 아직도 너무 잘하고 있다”며 “언니들이 잘하면 동기 부여가 되고 매년 천천히 차곡차곡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얼른 1승이라도 더 거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이보미는 E1 채리티 오픈 1라운드가 열리는 25일 오전 8시30분 김해림(29)·김아림(23)과 함께 10번홀에서 출발한다.
이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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