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노출량 닷새 만에 뒤집어 혼란… 송구"
소비자들, 갑상샘암 등 호소
원안위 "유발 근거 없다"
피폭량 직접 확인 불가능
5~10년 노출 땐 폐암 위험
9개 지역 아파트 15%서도
라돈 농도 WHO 기준 초과
[ 박근태 기자 ]
‘라돈 침대’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송구하다”고 밝혔다. 라돈 침대뿐만 아니라 일부 아파트도 라돈 농도가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조사돼 소비자 불안을 더하고 있다.
◆혼란 초래한 원안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0일 1차 조사를 통해 문제가 된 침대(대진침대 7종)의 매트리스에 들어간 음이온파우더(모나자이트)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연간 허용치 1밀리시버트(m㏜)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닷새 후 속커버와 스펀지 등으로 대상을 확대한 2차 조사에선 피폭선량 허용치를 최대 9.35배까지 초과한다는 결과를 내놔 혼란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21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등 9개 지역의 공동주택(아파트) 178가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27가구(15%)의 실내 라돈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당 100베크렐(Bq)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위험하나
엄격히 구분하자면 문제의 침대 매트리스에선 방사성 물질인 라돈과 토론이 함께 검출됐다. 라돈과 토론은 무색·무취의 방사성 기체다.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라돈과 토론은 피부는 물론 호흡기나 입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올 수 있다. 방사선을 직접 맞는 ‘외부피폭’과 호흡기를 통해 몸 안에서 일어나는 내부피폭은 본질적으로 효과가 같다. 아직까지 몸에 들어온 라돈과 토론에 얼마나 피폭됐는지 정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
원안위는 “라돈과 토론은 인체와 반응하지 않는 불활성 기체로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왔다고 해도 몸에 흡수가 안 되고 날숨으로 대부분 빠져나간다”며 “플루토늄, 트리튬과 같은 핵종은 소변 검사로 검출되는데 라돈이나 토론은 반감기(방사능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가 3.8일과 55.6초로 짧아 검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피폭선량 결과를 토대로 본다면 이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급성 증상이 발생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침대를 쓴 일부 소비자들이 갑상샘암이나 피부 질환, 만성피로를 호소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라돈과 토론이 갑상샘암이나 피부질환을 일으켰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장기 노출 때 폐암 위험
그러나 5~10년 장기간 침대를 사용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라돈과 토론은 폐에 들어가면 반감기를 거쳐 인체 조직에 잘 달라붙는 폴로늄 같은 또 다른 방사성 물질이 된다. 라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비상진료센터장은 “우라늄 채취 작업을 한 광부들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있다”며 “라돈이 폐에 미치는 영향은 노출된 뒤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수 있어 정기검사를 통한 장기적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흡연자는 담배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과 공기 중 라돈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폐암 위험이 10배로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범정부적 대응 나서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특정 침대에서 검출된 라돈이 허용기준치 이내라고 발표했다가 닷새 만에 뒤집었다”며 “정부가 오히려 불안을 가중해 국민께 정말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안위,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가 함께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서도록 했다.
시급한 문제는 제품 회수다. 원안위가 추산한 7종 침대 매트리스는 모두 6만1406개에 이른다. 진 센터장은 “침대 매트리스에 사용된 모나자이트에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서 라돈과 토론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오는 24일부터 하루 2000개 이상 수거해 1개월 이내 수거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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