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韓·日 대졸 취업률

입력 2018-05-20 18:02
허원순 논설위원


‘룩 이스트(Look east, 동방을 보라)’는 92세에 재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전에 외쳤던 구호다. 1981년 총리가 된 그는 “미국, 서유럽이 아니라 일본, 한국을 본받자”며 이 슬로건을 내걸었다. 한국과 일본의 근면과 성실한 근로 자세에 주목하면서 유학생, 산업연수생도 늘려 보냈다.

이 말을 본떠 ‘고 웨스트(Go west, 서쪽으로 가라)’라고 역설하는 한국의 지식인도 있다. “취업난을 겪는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해보라”는 권유다. 다만 미국·캐나다처럼 ‘동쪽’이 아니라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 서쪽의 저개발 국가에서 기회를 찾아보라는 취지다. 그래도 같은 값이면 ‘고 이스트(Go east)’하고 싶은 게 풍요를 맛본 요즘 젊은이들 속마음일지 모른다.

개방의 큰 물결 속에 ‘워킹 홀리데이’ 등에 힘입어 해외취업에 나서는 한국 청년들이 적지 않다.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낸 덕일까, 일본에서 일하는 청년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일본에서 취업한 한국인 2만1088명 중에는 청년이 많을 것이다.

한국 청년들의 일본 고용시장 진입이 용이해진 것은 저쪽의 채용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의미다. 최근 일본 정부 발표를 보면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98%다. 이 통계는 취업 희망자 중 실제 취업자의 비율이다. 일본 대졸자 중 75.3%가 취업을 바랐는데, 이 중 98%가 일자리를 찾은 것이다. 1997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다만 대졸자 임금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아 ‘고용의 질’ 논란은 있고, 일본 청년들 나름대로 불평도 있다고 들린다. 청년의 고충이나 불만이 아예 없는 사회는 없을 것이다.

통계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의 대졸 취업률 67.7%(지난해 12월, 교육부)와는 분명 차이가 난다. 체감실업률로 가면 더 벌어질 것이다. 한국의 대졸 취업률은 전년도 2월 졸업자와 전전년도 8월 졸업자를 대상으로 전년도 12월 말까지 건강보험에 가입됐는지를 가려 산정한다. 2017년 2월과 2016년 8월 졸업생이 2017년 12월 말에 ‘취업요건’을 갖췄으면 2018년 취업자로 통계에 잡히는 방식이다.

대학 간 뻥튀기도 적지 않아 신빙성 논란이 가시지 않는 게 우리 대학 취업률이다. 교육부가 올해부터는 “대학유형별, 전공별, 산업분야별, 업체규모별 취업자 수와 급여수준까지 이 통계에 추가하겠다”며 “대학들 과장 광고도 좌시 않겠다”고 하니 얼마나 정확하고 유용한 통계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모든 통계가 그렇듯, 취업통계도 대학 평가와 선택의 잣대가 될 만큼 정확해져야 한다.

청년 취업률도 엄연히 국가 간 경쟁인 시대다. ‘어떤 복지를 얘기한들, 일자리보다 나은 복지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유능한 청년 인력을 해외에 다 뺏기지 않으려면 기성세대가 더 분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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