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독전' 원호 役 조진웅 인터뷰
"김주혁 선배님의 연기, 다신 볼 수 없게 됐어요. 그립습니다."
"연기가 재밌어졌대요. 그럼 계속해야지. 왜 벌써 가냐고…"
배우 조진웅이 고(故) 김주혁과 함께한 시간을 그리워했다. 영화 '독전'을 촬영하며 그가 느낀 김주혁은 그 누구보다 연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배우였다.
조진웅은 1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 홍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주혁은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20년 동안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사랑받아왔으나 지난해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독전' 촬영 분량을 모두 끝낸 덕에 스크린을 통해 다시 한 번 그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독전'에서 조진웅은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로, 김주혁은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으로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잔혹한 악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연기 혼을 불태운 김주혁이 '독전'을 준비한 과정과 생전 어떤 배우였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조진웅은 김주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곧바로 입을 열었다. "선배님은 '독전'에서 처음 만났어요. 촬영 당시 드라마 '아르곤'도 출연하고 있어서 영화 현장에서도 항상 '아르곤' 대본을 보고 있었죠. 제가 그 대본을 봤는데 7할이 선배님 대사였어요."
조진웅은 차승원과 액션 신을 촬영하던 날, 김주혁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그 현장에 함께 있었는데 말이다.
조진웅은 이를 꽉 깨물고 "어찌 그리 가나. 화도 나고 억울했어요"라고 말하면서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선배님이 저에게 '나는 연기가 재밌더라. 예전엔 돈 벌기 위해 연기를 해서 몰랐는데 지금은 정말 재미있어졌어.'라고 말한 게 기억이 나요. 그렇게 연기를 재미있어 하는 시기에 가버렸어요."
'독전'에서 김주혁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독전'이 공개된 뒤 '필모그래피 사상 역대급 악역', '새로운 인생작' 등 김주혁을 향한 호평이 쏟아졌다.
"진하림 역을 가지고 놀았죠. 리딩, 리허설 땐 한 번도 안 보여줬어요. 본 촬영이 딱 들어가니까 보여주더라고요. 분명한 건 제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본 사람으로서 진하림은 역대급이에요.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죠. 그 캐릭터는 마음속에 좀 남을 것 같아요. 김주혁 배우가 참 그립네요."
'독전' 팀은 엔딩 크레딧 속 "고 김주혁 님을 기억합니다"라는 자막으로 그를 기렸다. 그리고 그가 떠나고 난 뒤 개봉해 직접 보지 못한 '독전' DVD를 충남 서산에 위치한 장지에 가져다주기로 약속했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