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갚으면 혹독한 대가
스리랑카·바누아투·통가…
中 군사기지 세우고 항구 접수
주변국 인도·호주 '부글부글'
[ 이현일 기자 ]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감당하기 어려운 돈을 빌려준 뒤 이를 외교·군사적으로 이용하는 ‘부채 외교’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CNN은 17일(현지시간)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샘 파커 연구원과 가브리엘 체피츠 연구원이 공동 집필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16개국이 중국 부채 외교의 대상이며, 파키스탄, 지부티, 스리랑카는 특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부채 외교의 대표적 사례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중국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의 68개국에 최대 8조달러(약 8653조원)를 지원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유기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도로 철도 등의 건설 자금을 빌려준 뒤, 이를 갚지 못하면 군사·정치적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중국이 이를 통해 영토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인도와 호주 같은 지역 경쟁국을 견제하면서 주변국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에 함반토타 항만건설 자금 수십억달러를 빌려준 뒤 스리랑카가 빚을 갚지 못하자 99년간 항구이용권을 넘겨받았다. 중국은 이곳을 군사 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남태평양의 소국 바누아투에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하는 2억7000만달러의 자금을 빌려줬고 최근 이곳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통가 등에도 거점을 마련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 4월 “태평양 섬나라들과 우리 이웃에 외국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도 진출, 지부티에 상업용 항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부티에는 미국과 중국이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군 항공기가 이달 초 중국 소행으로 의심되는 레이저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