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아마존에 맞서다 위기 처한 데이비드 아인혼

입력 2018-05-18 08:15
수정 2018-05-18 11:12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스트리트의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데이비드 아인혼이 큰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올들어 투자수익률이 –15%를 기록하면서 그의 그린라이트 캐피털로부터 자금이 수십억달러씩 유출되고 있습니다. 아인혼은 소위 행동주의 투자자면서 가치투자자인데, 그가 ‘버블’이라고 공매도를 했던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 급등하며 엄청난 손실을 낸 겁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혼의 그린라이트 캐피털은 수익률이 올들어 –1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4년 말부터 따지면 –25%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2014년 100억달러가 넘었던 그의 펀드 운용액은 현재 55억달러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지난 2년간 그의 펀드에서 환매된 자금만 30억달러에 달합니다.

지난 2014년부터 뉴욕 증시는 급등세를 보여왔습니다. 지난해에만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 기준으로 19% 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겁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그가 과거 ‘가치투자’라고 부르는 성공방정식에 취한 나머지, 세계가 변화하는 데도 그런 성공방정식을 고집하다가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 환경은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여전히 과거 가치 투자 방식에 집착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아인혼은 지난 4월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에서 “우리는 지금도 투자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며 “최근의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968년생인 그는 20대 후반이었던 1996년 90만달러를 갖고 그린라이트 캐피털을 만들어 엄청난 수익률을 냈습니다.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16.5%에 달합니다. 특히 아인혼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 리먼브러더스에 대해 적극적 공매도에 나서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면서 업계의 최고 유명 인사로 떠올랐습니다.

아인혼은 과대 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하고, 가치가 낮게 형성된 주식을 사는 전통적 가치투자 방법을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지난 수 년 새 일반화된 퀀트 모델을 수용하지도 않을 정도로 고지식합니다. 아인혼이 자신의 가치투자관에 비춰 최근 몇 년간 과대평가됐다고 판단해 ‘버블 바스켓’으로 부르며 공매도한 주식에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주식 모두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이 오른 주식입니다. 아인혼은 아마존에 대해 ‘장기적으로 수익 구조가 매우 낮은 주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GM 주식을 대거 매수한 뒤 보통주를 배당 지급용과 자사주 매입용으로 주식분할을 요구했다가 표 대결에서 패배하기도 했습니다.

아인혼은 작년 10월 고객에 보낸 수익률 보고서에서 “(성장주가 실적에서 가치주를 웃도는) 이런 패러다임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가치 투자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지 의문이 든다”며 “사이클이 변할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과연 그렇게 될 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혀 약간 후회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주식가치 판정의 새 패러다임이 진정 존재하는지 모른다”며 “과연 조커(카드)가 우리 편인지 아닌지 시간이 말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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