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탈세 및 편법 증여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 등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기업(국세청 분류 기준) 30곳과 수백억원대 자산가 20명이 조사 대상이다. 이들이 탈루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득액은 최소 수십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일부 기업과 자산가의 탈세와 편법 증여는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지적돼 왔다. 작년에만 1307건이 적발돼 2조8091억원이 추징됐다. 수법도 위장계열사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국내외 차명재산의 편법 증여, 해외법인을 통한 역외탈세, 자녀 출자법인에 일감 몰아주기 등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투자금 명목으로 해외에 자금을 보낸 뒤 그 돈으로 사주 일가가 콘도와 고급 차량을 구입한 사례도 적발됐다.
이런 행위들은 자본주의 근간은 물론 사회공동체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다. 납세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대다수 기업인과 국민에게 박탈감을 줄 뿐 아니라 국가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가뜩이나 팽배한 반기업정서를 부추겨 선량한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도 적지 않은 지장을 준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적 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언급이 아니더라도, 응분의 조치가 취해져야 마땅할 것이다.
다만 세무조사가 특정 기업이나 인물을 표적으로 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상의하달식 세무조사가 관행화될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인들도 일부의 일탈을 과장·확대해 기업을 옥죄는 공약을 남발하는 빌미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다.
오너의 처신이 기업 이미지와 경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다. 기업들도 ‘오너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윤리경영과 준법경영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 윤리·준법경영이 자리 잡지 않는 한 ‘오너 리스크’를 걱정해야 하는 한국적 퇴행현상은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 기업인의 일탈로 인해 기업인 전체가 눈총 받는 일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