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美, 북한에 허 찔려"… 백악관 "美·北회담 여전히 희망적"

입력 2018-05-17 04:34
수정 2018-05-17 05:13
北, 고위급 회담 일방 취소

美, 당혹감 속 배경 파악 주력
NSC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
전문가 "회담 취소 안될 것"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은 북한이 1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발언을 문제 삼아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내비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배경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와 언론들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북한의 난데없는 ‘딴죽걸기’로 풀이했다. 북한은 이날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과 일방적인 핵 포기 요구 등을 이유로 남북한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6월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CNN은 백악관 참모진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일방 통보에 허를 찔렸다”며 미 정부의 당혹스러운 기류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오전 폭스TV 뉴스에 출연해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며 “우리는 계속 그 길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동시에 우리는 힘든 협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준비해왔다”며 “만약 회담이 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가 돼 있으며, 만약 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행 중인 최대의 압박 전략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은 북한 발표가 나온 뒤 곧바로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국무부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북한 전술로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2004년 리비아 핵 검증을 주도한 볼턴 보좌관의 ‘선(先)비핵화-후(後)보상’ 방식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얘기하지만 쉽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보도했다.

랠프 코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상황을 통제하며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시험해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밴 잭슨 전 미 국방부 정책자문관은 “김정은이 초기에 미국에서 얻어낼 양보안을 확실히 하거나 대화 기류에 대한 북한 내 우려를 관리하려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뉴욕타임스에 북한의 이번 발표가 한·미 연합훈련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