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보도 화면을 사용해 논란이 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가 결과를 발표했다. 연출부의 고의성은 없지만 과실로 인정해 징계가 불가피하게 됐다.
1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 관련 기자간담회에는 진상조사위원회 오세범 변호사, 조능희 위원장(기획편성본부장), 고정주 위원(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위원(예능본부 부국장), 오동운 위원(홍보심의국 부장), 이종혁 위원(편성국 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위원회는 '전참시' 연출을 비롯해 관계자 면담을 했으며 본인 동의 후 핵심 관련자 6명의 휴대전화와 단체 대화방, SNS 활동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전참시' 조연출이 이영자의 어묵 먹방에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로 뉴스 속보 화면을 FD에게 요청했고, 세월호 속보 화면이라도 배경을 흐리게(블러 처리) 하고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면서 해당 사건은 야기됐다.
먼저 조능희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본 출연진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수 없지만 또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 없다"면서 "방송사의 윤리 의식을 심각하게 훼손시켰기에 해당 조연출과 연출, 부장과 예능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사측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 세월호+어묵…조연출은 일베?
지난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은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촬영분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MBC에서 방송한 특보를 붙여 사용했다.
해당 영상에서 특보 자막 중 '세월호'는 '이영자'로 수정해 붙이고 앵커 뒤에 보이는 세월호 사진도 블러 처리했다. 방송이 나간 후 이는 큰 논란이 됐다. 세월호와 어묵을 묶어 편집한 부분은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일부 회원이 어묵에 세월호 희생자를 빗대어 모욕한 사례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오동운 위원은 이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조롱은 아니며 조연출 및 관계자는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묵'이 그들을 조롱하는 말로 쓰였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오 위원은 또 "관련자들의 세월호 관련 활동도 없었고, 만약 고의로 이런 사실을 은폐하고 방송하겠다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노출되는 형태로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조사위원회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조연출의 일베 여부에 대해선 "수사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알 수 없다"라며 "본인의 양심에 따라 자료를 내놓지 않는 이상 그런 부분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조연출의 평판 조사, SNS 기록 등을 통해 일베라고 특정 지을 의혹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 세월호 참사 영상, 알고 썼나?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전참시' 조연출이 FD에게 편집에 필요한 뉴스 멘트를 제시하고 영상 자료를 요청했고 FD는 세월호 뉴스 2건이 포함된 10건의 자료를 전달했다.
조연출은 세월호 뉴스 2건을 비롯해 3건의 뉴스 화면으로 '전참시' 문제의 영상을 구성했다. 3일 미술부와 CG 작업을 의뢰했고, 4일 자막을 입혔으며 5일 최종 편집본을 완성했다.
오동운 위원은 "조연출은 세월호 현장이 담긴 뉴스임을 알았으나 뒷배경을 보이지 않게 블러 처리를 하면 뉴스 멘트 자체에 언급이 없기에 상관없을 거라 생각, CG 처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해당 화면이 세월호 뉴스임을 인지한 이는 '전참시' 조연출과 FD, CG를 담당한 미술팀 직원이다.
오세범 변호사는 "고의, 과실 여부는 본인만 알겠지만 조연출은 해당 자료가 적절하지 않지만 사용했고, 멘트와 영상이 딱 맞았고 블러 처리하면 시청자가 모를거라고 판단했다. 시사 때 문제가 된다면 걸러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사 과정에서 관계자들은 세월호 뉴스와 연관시키지 못했고, 연출과 담당 부장도 다시 한 번 확인했으나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에 해당 화면이 전파를 탔다는 설명이다.
◆ '전참시' 2주째 결방…폐지될까?
'나 혼자 산다'와 함께 MBC 새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떠오른 '전참시'는 세월호 논란 이후 결방되고 있다. 이에 항간에서는 폐지설이 불거졌다.
전진수 위원은 "조사위원이기도 하지만 예능 본부 PD로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모든 게 스톱돼 있는 상태"라면서도 "폐지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폐지설에 대해 일축했다.
전 의원은 또 "제작진도 공식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결과 발표 후 출연자들과 논의해 구체적인 방송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위 측은 "해당 조연출을 비롯 제작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라며 "사회적 참사를 다룬 뉴스를 사용해 방송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기에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자료 사용의 적절성을 판단하지 못하고 방송된 점을 반성하고 자료사용 게이트키핑을 강화해 시스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방송윤리의식 전반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지속적인 교육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지적 참견 시점' 측은 오는 19일까지 결방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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