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美 금리 年3.6%까지 오른다"… 신흥국 자금 이탈 어쩌나

입력 2018-05-15 19:26
수정 2018-07-23 00:03
"트럼프의 부양책이 원인"

호황인데 더 커지는 美 재정적자
낮아지는 실업률과 반대 움직임
한국戰·베트남戰 이후 처음

"美 금리인상시 한국 최대 타격"


[ 설지연 기자 ] 미국이 경기확장 국면에서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어 내년께 경기 과열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국채 발행 증가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현재 연 3.0% 수준에서 연 3.6%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골드만삭스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정적자와 실업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때를 제외하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했는데도 재정적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설명했다. 올해 들어 미국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서 일부 신흥국이 자금 이탈에 따른 통화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경기에도 늘어나는 미 재정적자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째 경기확장 국면에 있지만 재정적자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 의회가 최근 1조5000억달러의 감세안에 이어 1조3000억달러 규모의 2018 회계연도 예산안을 승인하는 등 재정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6680억달러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때문에 미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채 상환을 위한 채권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보고서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내년엔 연 3.6%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15일 기준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02%로 지난달 25일 이후 최고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현재 4%에서 2021 회계연도까지 5.5%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역사적 고점을 찍은 상황에서 적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부양책은 경기 과열 부를 것”

미국 실업률은 3.9%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다. 실업률이 낮은 시기에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쟁 때를 제외하면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골드만삭스는 밝혔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경기가 위축돼 실업률이 높은 시점에 재정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기 때문에 실업률과 재정적자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차대전 이후 예외가 나타난 경우는 1950년 6·25전쟁과 1960년 베트남전쟁 때뿐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완전고용 상태에서의 대대적인 감세와 재정 부양책은 수요 초과를 부를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경기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큰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이날 한국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부터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17개 신흥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2년간 최대 0.6%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브라질, 칠레, 중국,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멕시코, 폴란드, 러시아, 필리핀, 태국, 터키 등 17개 분석 대상국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