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뒤틀린 관문

입력 2018-05-15 18:07
송희경 < 자유한국당 의원 alpha-song@naver.com >


‘성을 쌓으면 망하고 길을 놓으면 흥한다.’ 13세기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대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이 남긴 말이다. 새 길은 새로운 문명을 낳았고, 길과 길을 이어주는 관문(關門) 지역엔 사람이 몰리고 물류가 발전하며 번창해왔다. 실크로드의 중국 쪽 관문이었던 장안, 16세기 대항해시대의 리스본을 비롯한 수많은 항구 도시, 그리고 현재 세계 물동량 1위를 놓고 다투는 상하이와 싱가포르가 그 예다.

20세기에 발명한 ‘인터넷’이라는 드넓은 망망대해에도 관문은 필요했고, 그래서 등장한 것이 포털사이트다. ‘포털(portal)’은 관문, 입구란 뜻이고 항구(port)에서 유래됐음을 고려해 보면 포털사이트의 기능은 명확해진다.

국민의 사랑으로 성장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관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1999년 출범한 네이버는 다음, 엠파스, 야후 등에 비해 늦은 후발주자였지만 2000년 5월 ‘뉴스 인링크’ 서비스를 도입하며 단숨에 포털 강자로 떠올랐다. 구글 등 글로벌 포털과는 다른 뉴스 유통 방식이었지만, 어느새 ‘네이버식 뉴스 비즈니스’는 국내 포털 뉴스의 표준이 됐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오랫동안 머물며 댓글을 쏟아냈다.

그렇게 네이버는 여론의 전쟁터가 됐고, 한쪽만 보려는 이들의 분노와 조롱의 배설장이 됐다.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 교류하는 관문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른 의견은 배척하는 폐문(閉門)으로 변질된 셈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뒤틀린 문, 괴물이 돼버린 것은 아닐까. 매크로로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은 뒤틀린 문의 폐해를 일부만 보여줬을 뿐이다.

지난주 발표된 네이버의 개선책에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포털의 본질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첫 화면에서만 뉴스를 삭제하고 언론사 협의 전제로 ‘아웃링크’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꼼수라고 비판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얼마 전, 페이스북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부적절한 콘텐츠를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새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커진 영향력만큼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네이버의 행보는? 네이버를 세계 최고의 글로벌 포털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젊은 엔지니어들의 땀과 열정이 있다면, 뒤틀린 관문을 당당히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바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