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틈타… 이란 유전·철도 쓸어담는 중국

입력 2018-05-14 19:35
수정 2018-05-15 06:37
떠나는 서방기업 지분 인수
일대일로 인프라 구축 속도전


[ 오춘호 기자 ] 미국이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며 경제제재 재개에 나서면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이란에 진출한 프랑스와 독일 기업들이 미국 제재로 인해 관련 사업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에너지업체인 CNPC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48억달러를 투자한 이란 사우스파르스지역 유전 개발에서 손을 뗄 경우 토탈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PC는 이미 30%에 달하는 사우스파르스 사업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이란 프로젝트 금융 조달에 중국의 위안화를 쓸 수 있어 미국 제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지난주 중국 네이멍구와 테헤란을 잇는 화물열차 운행을 시작하는 등 철도 지원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노선을 이용하면 운송 기간을 20일로 단축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이란 북동부 마샤드와 테헤란을 잇는 25억6000만달러 규모의 고속철도 사업에도 16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란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 중 하나여서 중국 기업들은 2016년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된 이후 인프라 및 에너지 개발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란은 중국이 가장 많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로, 연간 수입액이 11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외교부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13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 외교장관과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만남에서 이란은 미 제재로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지면 위안화를 이용해 원유를 중국에 수출하고 교환무역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 핵합정 탈퇴에 불만을 표시해온 유럽 주요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을 겨냥해 앞으로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유럽 기업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도 제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 다른 나라 정부들의 행동에 달렸다”고 답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