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보랏빛 진주, 로봇모양 진주…일본 진주 가공업체들의 생존경쟁

입력 2018-05-14 10:29
수정 2018-05-14 13:50


일본산 보석 중에 유명한 것으로는 진주를 꼽을 수 있습니다. 미키모토, 타사키 등 진주 관련 유명 일본 브랜드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주요 진주 가공업체들이 예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디자인의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도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진주가 주로 관혼상제와 관련한 예물 수요가 대부분이었는데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랍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진주 산지인 미에현의 진주 가공업체들이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잇달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날이 갈수록 소매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미에현 이세시 소재 OKKO진주는 5년 전부터 보라색 진주제품 시리즈를 발매했습니다. 5만~30만 엔(약 50만~300만원) 가량하는 이들 제품은 진주를 보랏빛으로 염색하는데 1개월가량 기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선명한 색상을 선호하는 50~70대 여성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목걸이와 귀걸이 중 인기 상품은 반년가량 대기해야 하는 상품도 있다는 후문입니다.





과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던 불규칙한 모양의 진주를 안경을 쓴 로봇 등의 형태로 꾸민 펜던트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 수요를 노리고 펜던트 1개에 3980엔(약 4만원)에 내놓고 있다고 합니다. 올 7월부터는 인터넷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액세서리 만들기 체험으로 고객을 발굴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펄팔코라는 회사는 지난해부터 매장에서 액세서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진주를 선택한 뒤 스스로 귀걸이와 펜던트를 만들어 보도록 한 것입니다. 여행 관광 상품이나 연인용 선물 수요로 인기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 진주 소매시장 규모는 2015년 1423억 엔 (1조3886억 원)으로 2002년 대비 33.7% 위축됐습니다. 전체 보석시장 감소폭(25.2%)보다 감소세가 두드러집니다.



진주 판매 부진 이유로는 디자인 다양성이 적고, 관혼상제용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라는 분석인데요. 어떤 업종이든 위기에 처해야 변화와 혁신이 발생하는 모습입니다. 보랏빛 진주, 로봇 모양 진주 등 틈새 상품들이 위기에 처한 일본 진주가공 업계에 과연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