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제약사 한독이 의료기기 개발에 나선 까닭

입력 2018-05-14 08:45

중견제약사 한독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심장 관련 의료기기 부문에서 3대 글로벌 기업으로 꼽히는 '세인트주드 메디칼'에서 18년 동안 일하며 R&D센터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박을준 박사를 영입하면서다. 박을준 박사는 심장질환 치료기기 전문가로 체내 삽입형 심박동 조절기, 신장신경차단술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한독이 의료기기뿐 아니라 유전자 분석 서비스, 건강기능식품, 메디컬 뉴트리션 등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하고 있다. 단순 제약사에서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해 세계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독이 2015년에 설립한 의료기기 R&D 자회사 한독칼로스메디칼은 현재 박을준 대표의 지휘 아래 저항성 고혈압 치료용 의료기기인 '디넥스'를 개발하고 있다. 저항성 고혈압은 이뇨제 같은 혈압강하제를 3가지 이상 병용 투여해도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조절되지 않는 질환으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5~10%가 이 병을 앓고 있다. 디넥스는 신장 동맥에 삽입하는 고주파 카테터로 신장 동맥 주변의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신경다발을 절제해 혈압을 낮추는 치료기기다.

디넥스는 2016년부터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국내 임상시험이 마무리되면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넥스는 2016년 1월 유럽에서 CE 인증을 획득하며 품질을 인정 받았다. 저항성 고혈압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는 메드트로닉 등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하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가 대단하다"며 "한독이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독은 유전자 분석 서비스인 '진케어'도 공급하고 있다. 미국 포함 40여개국에 유전자 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패스웨이 지노믹스'와 2014년 파트너십을 맺었다. 대표적인 상품인 '패스웨이 핏'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식습관 분석, 음식물 반응, 영양소 추천, 적합한 운동 등 총 32가지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그밖에 자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네이처셋'을 론칭해 종합영양제, 오메가3, 홍삼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메디컬 뉴트리션 기업인 '뉴트리시아'와 2013년 파트너십을 체결해 크론병, 페닐케톤뇨증, 티로신혈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한 맞춤형 의료용 식품도 시판하고 있다.

그러나 한독의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2년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와 48년에 걸친 합작 관계를 정리하고 다음 해 사명을 '한독약품'에서 '한독'으로 변경하면서 외형 확대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투자하기 시작한 바이오 기업 제넥신의 지분을 2014년 추가로 확보해 경영권을 인수하고 2015년 바이오칩 전문기업 엔비포스텍에 투자해 체외진단기기 개발에 나서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2015년 62억원에서 지난해 18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수익이 나오는 사업 분야는 아니지만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토탈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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