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0년 만의 변신
[ 김진수 기자 ]
경동나비엔 직원의 PC는 오후 6시가 되면 자동으로 꺼진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트렌드에 맞춰 PC 오프제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초 서울 여의도 사무실 2층에는 직원들이 편하게 커피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사내카페도 마련됐다. 올해로 창립 40년을 맞은 보일러업체 경동나비엔이 ‘딱딱하고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회사가 뭔가 확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직원이 편하게 얘기하고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조직은 생존하기 어렵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업무 분위기도 부드러워지고 있다. 2015년 ‘프리미엄 온수매트’와 함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 진출하면서 철저하고 신중한 의사결정 체계에 변화를 주고 있다. 회의 전 안건 공유와 회의 후 회의록 작성 등을 담은 ‘경동회의 4원칙’을 마련하고 결제도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지침을 세웠다.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 ‘경동인(in)’은 조직원 간 열린 문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경동기자단’을 구성해 회사 이슈를 취재하고 공유한다. 회사 관계자는 “무거운 제조업의 겉옷을 벗고 유연하고 활력 도는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기업을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경영철학이다. 1978년 경동기계로 출발한 경동나비엔은 ‘사회에 필요한 제품을 내서 시장을 창출하고 에너지 환경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2006년 사명을 ‘환경(environment)과 에너지(energy)의 길잡이(navigator)’라는 뜻을 담은 ‘나비엔’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 상품인 콘덴싱보일러(배기가스에 포함된 수증기를 물로 응축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열을 흡수해 난방과 온수를 생산)는 1970년대 말 2차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자원 고갈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에너지를 최대 28.4%, 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 배출을 5분의 1로 줄인 제품이다.
‘친환경·고효율 기술로 사회에 꼭 필요한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는 신사업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달께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TAC(Total Air Care) 청정환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공기 중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요리 때 발생한 유증기, 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 라돈, 호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등을 외부로 배출해 쾌적한 실내환경을 유지해주는 제품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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