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노노 갈등에 노총 氣싸움… 비정규직 '불안한 실험장' 된 인천공항

입력 2018-05-13 18:03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 선언 1년…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 인천공항은 지금…

비정규직 "무늬만 정규직, 근속경력 인정하라" 불만
정규직 "형평성에 문제, 적정 채용절차 거쳐라" 요구

임단협 대표노조 지위 놓고 한노총·민노총간 '기싸움'


[ 백승현/강준완 기자 ]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정규직 전환을 놓고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완료하겠다던 정규직 전환 진도율은 13일 현재 1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노사가 어렵사리 ‘30% 직접고용, 70% 자회사 편입’에는 합의했지만 최근 정규직화 대상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목소리가 커지면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여기에다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보이지 않는 다툼, 제1노조를 둘러싼 양대노총 간 기싸움 등으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준비도 없이 1년 내 서둘러 끝내겠다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진통이 현 정부 임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 깊어진 노사 갈등

지난해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 방문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인천공항 노·사·전문가 협의는 지난해 8월 시작됐다. 노사는 같은해 12월 본사 직접고용은 최소화하고 7000여 명은 별도법인(자회사)을 설립해 고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전환 대상 비정규직 9785명 중 1143명이 임시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관리(주)에 채용됐다.

올 들어 2월부터는 2기 노·사·전문가 협의기구가 구성돼 처우와 근무형태를 놓고 논의 중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 본협의와 아홉 차례 실무협의가 이뤄졌다. 핵심 쟁점은 용역업체에서의 근무경력 인정 여부다. 공사 측은 근무경력 인정은 어렵고 정규직 전환은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끝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비정규직 노조는 “무늬만 정규직이지 저임금 노동을 고착화할 것”이라며 기존 경력 호봉 인정과 표준임금체계에 ‘플러스 알파(α)’, 즉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의 용역업체 순차 계약 해지 방침대로라면 정규직 전환은 2020년에야 완료된다며 용역업체 퇴출 투쟁도 예고하고 있다.

◆여전히 반발하는 정규직 노조

정규직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정규직 노조는 공사 측이 제시한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30%, 자회사 70% 채용안’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 공사 정규직이 치열한 공개경쟁 과정을 통해 입사했듯이 비정규직 역시 정규직이 되려면 적정한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정규직 노조 주장이다.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회사와 비정규직 노조 간 일방적인 합의를 막기 위해 노·사·전문가 회의에 참석은 하고 있지만, 공사 직접고용 대상자는 입사시험·인적성 검사·면접 등 채용 기준안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기싸움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이면에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간 기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느냐, 자회사로 편입하느냐에 따라 임금·단체협약 교섭의 대표 노조가 바뀌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정규직의 대부분인 1000여 명이 한국노총에 소속돼 있고, 비정규직 1만여 명 중 4000여 명이 민주노총 소속, 1200여 명이 한국노총 소속이다. 지금까지 노사 교섭의 대표는 한국노총이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에 따라 직접고용과 자회사 채용이 이뤄지면 민주노총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한 노동 전문가는 “인천공항은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빚어지는 모든 유형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장”이라며 “인천공항 행로가 다른 공기업에도 시금석이 될 것인데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인천=강준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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