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의 韓 단체관광 허용 생색내기

입력 2018-05-13 17:31
이선우 레저스포츠산업부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이번에도 이렇다 할 효과가 없을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이달 초 우한과 충칭 지역에 한해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중국 정부의 조치를 두고 국내 여행업계에서 냉소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단체관광 정상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한 중국 정부가 여전히 실효성 없는 조치만 내놓고 있어서다. 한한령이 풀리고 1년 넘게 얼어붙었던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관광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에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우한과 충칭은 원래부터 한국 여행 수요가 적은 지역이다. 한국을 운항하는 항공편도 지역마다 하루 한 편이 고작이다. 광저우의 하루 6편, 상하이의 17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지난해 11월 한국 단체관광을 부분 허용한 베이징과 칭다오(산둥성)는 항공편이 하루 12~16편에 달한다.

게다가 이번에도 단서 조항이 따라 붙었다. 온라인 여행상품 판매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단체관광에 많이 쓰이는 전세기와 크루즈선 정박 등도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공공의 적’이 된 롯데그룹의 국내 호텔과 백화점, 면세점 이용은 여전히 금지 조항에 포함됐다. 충칭에는 여행사별 월 방한 관광객 수를 3000명으로 제한하는 단서가 하나 더 붙었다.

중국 현지에서조차 이번 조치가 중국 정부의 ‘면피용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차이나 패싱’ 우려가 커지자 중국은 한국과의 접점을 늘리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 여행 수요가 적고 내부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을 택해 단체관광 규제를 풀었다. 지난 3월 시진핑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단체관광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실효성 없는 부분적인 조치만 찔끔 내놓고 있다. ‘세계의 중심’을 외치면서도 대국답지 못한 행동을 거듭하는 중국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