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산에 반해, 바다에 취해, 맛에 설레… '종합선물세트' 같은 울주

입력 2018-05-13 15:02
울산 울주 여행


[ 최병일 기자 ]
울산 울주는 여행지로 잘 알려진 곳이 아니다. 오히려 울주 바로 위에 있는 경주나 밑에 있는 기장이 관광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울주는 ‘영남알프스’의 첩첩 고봉준령,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 3대 불고기 중 하나인 언양불고기, 역사책에서 익히 들었던 반구대 암각화까지 매력적인 관광지를 고루 갖춘 곳이다. 다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눈부신 해안 풍경까지 갖춘 울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영남알프스의 중심 가지산의 절경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경주, 청도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9개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해 붙여진 이름이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억새가 환상적이다. 여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겨울에는 눈꽃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묘미다. 영남알프스에는 통도사 표충사 운문사 석남사 등 4개 주요 사찰을 중심으로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가 밀집해 있고, 천연기념물 12종과 1046종의 동식물이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식물원이라 불린다. 그중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에 있는, 영남알프스의 조망대라 불리는 간월산은 영남알프스 일곱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간월산 사이에 펼쳐진 간월재는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MTB 코스다. 패러글라이딩으로 간월재를 감상하는 것도 영남알프스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영남알프스의 주봉이자 가장 높은 산인 가지산은 철쭉 군락지와 함께 주변에 까막딱따구리, 검독수리, 수리부엉이, 원앙, 하늘다람쥐, 수달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억새길은 하늘, 억새, 운무, 전망, 경관 등을 주요 테마로 한 5개 코스, 29.7㎞의 친환경 순환형 탐방로다. 해발 1000m 이상의 7개 산군 8~9부 능선 곳곳에 펼쳐진 억새밭이 아름답다. 희귀 동·식물 서식 습지보호구역도 찾아볼 수 있어 생명과 교감할 수 있다.

그중 1구간인 억새바람길은 간월재~신불산 정상~신불재~영축산 정상 코스로 4.5㎞ 거리다. 간월재(왕봉재)는 배내골 사람과 밀양 사람들이 언양 장터로 넘어가던 고개다. 신불산 정상에서 왼쪽 500m 정도에 있는 험한 능선을 신불공룡능선 또는 칼바위능선이라 하는데,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험하고 멋있는 긴 능선이다.

선사시대 생활 느낄 수 있는 반구대 암각화

울주에 가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 반구대(盤龜臺)다. 언양읍 대곡리의 사연호 끝머리에 층을 이룬 바위 모양이 거북이가 넙죽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반구산의 끝자락이 뻗어 내려와 우뚝 솟은 곳에 테라스처럼 층층이 쌓인 암석으로, 돌 틈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와 그 아래를 굽이쳐 흐르는 대곡천의 맑은 물이 절묘하게 뒤섞여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연출한다.


암각화란 바위나 동굴 벽에 동물상이나 기하학적 상징 문양을 그리거나 새겨놓은 그림을 말한다. 구석기시대부터 이런 암각화가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신석기시대의 것이다. 선사시대의 신앙과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했으며 주로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인 내용이 많다. 국보 제285호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태화강의 한 지류인 대곡천의 너비 10m, 높이 3m 바위에 새겨진 그림으로 신석기시대부터 여러 시기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고래, 물개, 거북 등의 바다 동물과 사슴, 호랑이, 멧돼지, 개 등의 육지 동물 및 사람 등을 볼 수 있다.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활발하게 사냥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1970년 12월24일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가 대학원생 시절 동국대박물관 학술조사단의 일원으로 조사를 벌이던 중 천전리 암각화(국보 제147호)를 먼저 발견했다. 이듬해 12월25일에 주민 제보를 받고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했다.

반구대가 자리한 대곡천 일대는 여름에는 그야말로 물오른 풍경을 보여준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실물 모형을 감상할 수 있다. 대곡천을 건너 반구마을로 이어지는 길엔 겸재 정선이 화폭에 담은 절경을 볼 수 있다. 천전리 각석에서도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과 그림을 볼 수 있다. 높이 2.7m, 너비 9.5m 크기의 바위인데 칼로 썰어놓은 듯 반듯한 모양이다. 각석 중앙 아랫부분에는 신라시대에 새겨진 명문이 있는데 이는 6세기 신라시대의 정치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되고 있다.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 아래에는 어른 팔뚝만 한 십여 마리의 잉어 떼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널찍한 바위 곳곳에는 커다란 쟁반만 한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다.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간절곶

울주의 또 다른 상징은 간절곶이다. 신년에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을 정동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은 간절곶이 가장 빠르다. 새해가 되면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경건하게 해맞이를 한다. 간절곶은 먼 바다에서 보면 간짓대(긴 대나무 장대)처럼 보인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길게 펼쳐진 유채꽃밭, 저 멀리 하얀 풍차와 빨간 등대가 어우러져 동화 속 풍경을 그려낸다.

해안가에는 대형 포토프레임이 설치된 포토존과 해안을 따라 산책로가 놓여 있다. 포토존에 서기만 하면 등대와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인생사진을 담을 수 있다. 세계 최대 크기 우체통과 아름다운 조각상, 다양한 포토존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간절곶 인근에는 있는 진하 해수욕장은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40여m 폭의 고운 모래사장이 1㎞ 남짓 이어지는데 풍경이 눈부시다. 백사장이 펼쳐진 해안 중간에는 신선이 놀다 갔다 명선도(名仙島)라 불리는 섬이 보인다. 섬의 길에는 사진 찍기 좋은 일명 포토스폿이 즐비하다.

울주=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메모

온양읍에 있는 외고산옹기마을은 국내 최대 규모 민속 옹기마을이다. 울산옹기박물관과 옹기아카데미관을 비롯해 전통공방과 전통가마 등 옹기와 관련한 문화유산이 이곳에 있다. 울산옹기박물관에 가면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를 볼 수 있다. 높이 2.14m, 최대 둘레 5.17m에 입구 지름만 69.4㎝에 달한다.

언양 근처에 있어 언양불고기를 찾는 이들이 많지만 시원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울주군 언양읍에 있는 대구왕뽈떼기집이 좋다. 푸짐하게 담아낸 대구 볼살과 시원한 국물이 압권이다. 가격은 5000원(맑은탕)이다. 2000원을 더 내면 곤이가 추가된 섞어지리탕(매운탕)도 맛볼 수 있다.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원조청수골가든은 오리불고기와 오리탕으로 이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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