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 생기는 증상?… 조금만 걸어도 숨차다면, 심장질환 의심

입력 2018-05-11 16:58
수정 2018-05-12 07:10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노년기 심장질환과 난청질환

가정의 달에 찾아뵌 부모님, 노인 편견 떼고 건강 체크 중요
발이 붓거나 체중 급격히 늘었다면 심장에 문제 생긴 것으로 봐야
변기서 일어설 때 어지럼증 호소… 기립성 저혈압·부정맥 가능성 커
60세 이상 3명 중 1명은 청력손실… 우울증 호소 前 보청기 권유해야


[ 이지현 기자 ]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가정의 달 5월이다. 이맘때면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나들이를 떠나기도 한다. 평소 살피지 못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에 좋은 시기다. 나이가 들면 인체 기관이 노화하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나이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겠거니 하는 것이 때로는 심각한 질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달라진 건강 상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고령일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각종 심장질환과 난청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감기증상 없이 기침 심하면 심부전증 의심

고령의 노인 중에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기력이 없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이 같은 증상은 심장질환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대부분 극심한 흉통을 느낀다. 가슴 쪽이 쥐어짜는 것처럼 뻐근하다는 것도 허혈성 심장질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다. 그러나 심근경색이 생겨도 흉통을 호소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특히 노인이나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흉통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이 많다.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노인은 기력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 되고 갑자기 숨이 차다고 하면서 쓰러지는 경우가 있다”며 “노인들은 당연히 이런 증상이 있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고 허혈성 심장질환 진단을 위한 심장검사를 해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심장질환의 증상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있으면 턱이나 잇몸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치과를 찾는 환자도 있다. 통증으로 치과를 찾았는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거나 치주염 등의 치료를 받은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면 심장병일 가능성이 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기면 왼쪽 어깨와 겨드랑이 부분으로 통증이 퍼지는 방사통을 많이 호소한다. 종종 턱이나 목, 등으로도 통증이 퍼진다.

고열 인후통 콧물 전신쇠약 등 감기 증상이 없는데 기침을 계속할 때도 심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대개 감기 천식 기관지염 폐렴 위식도역류장애 등이 있을 때 기침을 오래 한다. 심부전 등 심장질환도 마른기침과 천명(쌕쌕거리는 소리) 증상이 나타난다. 심부전증이 있을 때 생기는 기침은 대부분 마른기침이다. 잠자다가 갑자기 기침을 하고 자세를 바꾸면 기침 증상이 줄어든다. 이때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유없이 체중 늘었다면 심부전 위험

발이나 발목 등이 붓거나 체중이 급격히 증가했다면 심부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망가져 몸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는 질환이다. 허혈성 심장질환, 고혈압, 부정맥, 심장판막질환, 선천성 심질환, 심근증, 바이러스 감염, 당뇨 등으로 인해 생길 수 있다. 심부전이 있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환자가 많다. 일부는 급격한 체중 증가, 피로감, 목 혈관이 불거지는 경정맥 팽창, 누웠을 때 심해지는 호흡 곤란, 식욕 부진 등을 호소한다.

팔다리가 저릿한 증상도 심장질환의 징후일 가능성이 있다. 동맥경화가 생기면 심장, 뇌뿐 아니라 팔다리와 목의 혈관도 막힐 위험이 있다. 혈관이 막혀 근육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걷거나 운동할 때 다리 쪽에 통증을 느낀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걸을 때나 쉬는 상태에서도 다리 통증을 호소하면 말초혈관질환이 있는지 검사해봐야 한다.

이 교수는 “말초혈관질환은 비슷한 증상의 허리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당뇨 등의 질환과 구분해야 한다”며 “본인의 손목, 무릎 뒤, 발등, 발 안쪽 복숭아뼈 아래의 맥박을 측정해 맥박이 잘 뛰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맥박이 약하거나 박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고령의 노인 중에는 변기에 앉았다 일어설 때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벽을 붙잡고 한동안 서 있다가 움직이기도 한다. 이때는 기립성 저혈압이나 부정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면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장시간 서 있을 때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우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쓰러지는 환자도 많다.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증상이 생겼을 때는 대부분 옆으로 누워 안정을 취하면 증상이 회복된다. 맥박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뛰고 불규칙해지면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부정맥 때문에 생기는 어지럼증이다. 증상이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어지럼증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어지럼증은 대부분 귀의 전정기관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다. 노년기에 어지럼증이 있으면 흔한 노화 증상으로 여겨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낙상 등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양쪽 전정기관 기능이 모두 손상된 환자의 70% 정도가 넘어지는 사고를 경험한다.

전정기능이 망가진 노인은 어지럼증 때문에 넘어져 다칠 위험이 그만큼 크다. 노년기에 낙상 사고를 겪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넘어져 고관절에 골절이 생긴 노인은 1년 안에 사망할 위험이 12~67%에 달한다. 어지럼증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노년기 어지럼증은 너무 흔하고, 노화 때문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많다”며 “어지럼증의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면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노인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인 이석증은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며 “다른 원인에 의한 어지럼증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청도 노인에게 흔한 증상이다. 60세 이상 장년층 3명 중 1명, 75세 이상 노인의 40~50%가 청력 손실을 겪는다. 청력이 떨어지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워진다.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좌절감이나 우울감에 빠지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노인성 난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난청이 있는 사람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보청기다. 소리를 증폭해 더욱 분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돕는 기기다. 난청이 있는 부모님과 대화할 때는 자식들의 배려가 중요하다. 부모님이 입을 볼 수 있도록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해야 한다. 주변에 소음을 유발하는 TV나 라디오 등을 끄고 대화하는 것이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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