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 광역단체장 후보에게 듣는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취임하면 글로벌 기업 회장 만나 연구소·지사 유치
GTX 조기 착공…서울을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로
복지의 이름으로 국가가 민간영역 침범해선 안돼
[ 박동휘/박종필 기자 ]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슬로건은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다.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다. 매일 오전 6시 반이면 서울 사당동 24평 아파트를 나와 지하철 선거운동을 펼친다.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명함엔 휴대폰 번호가 찍혀 있다. 누구든 직통으로 전화할 수 있는 번호다. 캠프도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 세를 내고 차렸다. “거창하게 사람을 동원할 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김 후보의 설명이다.
‘정무(政務)’보다는 ‘실무(實務)’에 집중하고, 한결같이 청빈을 실천에 옮기며 살아왔지만 행정가로서 그가 꿈꾸는 ‘비전’만큼은 남들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서울 시정(市政)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0일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만난 김 후보는 “통일 시대에 베이징, 도쿄를 뛰어넘는 위대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을 적폐와 모순의 공간으로 규정하고, 하향 평준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막기 위해서 나섰다”는 게 출사의 변이다.
김 후보는 시장에 당선돼 7월1일 첫 업무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글로벌 기업의 회장들을 만나겠다”고 했다. 서울 곳곳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업의 연구소와 지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그는 “좌파가 만드는 일자리와 우파가 만드는 일자리가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선심 쓰듯 혈세를 들여 공무원을 늘리고, 사회적 기업 같은 틈새시장을 넓히는 식의 일자리 창출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게 김 후보의 지론이다. 그는 “창업을 북돋고, 기업이 이익을 내게 함으로써 민간이 스스로 일자리를 늘리도록 하는 게 우파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 유치 ‘실력’은 경기지사 시절 입증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하자 삼성 경영진을 찾아가 경기 평택을 활용하라고 제안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당시 김 지사는 약 100일 만에 일사천리로 규제 개선 서류에 도장을 찍어 삼성의 ‘유턴’을 성사시켰다. 김 후보는 “서울에 있는 40여 개 대학가 주변에 스마트 캠퍼스를 만들어 국내외 기업의 R&D(연구개발)센터를 옮겨놓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서울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통령 개헌안만 해도 수도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해놨다”며 “(박원순 시장이 해온 것처럼) 도시 뒷골목에 벽화를 그리는 일만으론 아시아의 주요 도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김 후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조기 착공을 통한 초고속 교통망 건설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서울을 만들어야 그만큼 삶의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터널을 뚫고 철로를 놓는 일은 한국 기업이 세계 최고”라며 “경기, 인천, 서울을 30분이면 오갈 수 있는 GTX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에 초고속 고속철을 건설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제안서를 작성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도면을 들고 필요성을 설득했다. 이와 함께 김 후보는 “지하철 3~5호선에 급행선을 만들고, 9호선 6량짜리 열차도 8량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했다.
재건축·재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도 ‘위대한 서울’을 위한 시도 중 하나다. 김 후보는 “취임과 함께 모든 재건축·재개발 지역 문서를 다 들여다볼 것”이라며 “가능한 곳부터 곧바로 허가 도장을 찍겠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을 잡겠다며 강남만 두들겨 패는 것은 위선”이라며 “재건축 등 규제 개혁을 통해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집값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김 후보는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현안에 대해 즉답을 내놨다. 그의 우군이 ‘태극기’로 상징되는 우파 진영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에는 “나만큼 자유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반문했다. “노동운동으로 감옥에서 2년6개월을 보내고, 안기부에서부터 장지동 경찰 대공분실까지 온갖 고문실을 다 거치면서 자유를 뼛속부터 갈구했다”고 강변했다. 김 후보는 “국가가 복지의 이름으로 민간이 잘하고 있는 영역까지 침범해 예산을 퍼주고, 정부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계획경제고 사회주의”라며 “이를 경계하자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박동휘/박종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