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재정적자·대선 국면서 연금개혁 연기… 외국인 신뢰 상실
[ 추가영 기자 ]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가운데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헤알화 환율은 전날 대비 0.62% 오른 달러당 3.5503헤알을 기록해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는 10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올 들어 헤알화 가치가 달러 대비 6.5% 이상 떨어졌다”며 “수십 년 만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진 것이 통화가치 절하 요인”이라고 전했다.
20명이 넘는 대선 주자가 나오면서 군사독재정권이 끝나고 민주화가 이뤄진 직후 치러진 1989년 대선 때와 비슷한 후보 난립 양상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브라질 정부의 만성 재정적자도 자국 통화 가치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브라질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7.8%에 달했다. 연금개혁 투표가 연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선 브라질 대선 후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레포(환매조건부채권) 투자자들이 올해 브라질 대선에서 시장 친화적인 후보가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재정적자 확대를 억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는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지난해 84.0%에서 87.3%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