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 광역단체장 후보에게 듣는다
北 비핵화·평화 정착 향한 정부 노력에 적극 협력
협치 이끈 나와 이재명 후보는 경험치가 다르다
지방선거 이후가 중요… 야권통합은 반드시 해야
[ 박동휘 기자 ] 경기지사 재선을 노리는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54)는 요즘 장고(長考)에 빠지는 일이 잦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지 18년, ‘정치인 남경필’에게 올해가 중대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의 도전을 물리치는 것은 최대 당면 과제다. ‘보수의 길’을 놓고 혼란을 겪고 있는 중앙 정치도 그의 시선 안에 있다.
남 후보는 9일 경기지사직을 공식 사퇴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경기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경제도지사 남경필’을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일자리와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으로 챙기겠다. 이를 위해선 누구와도 손잡을 것”이라며 특유의 ‘연정 정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북한 비핵화와 남북한 평화 정착을 향한 정부의 노력에 협조하겠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경쟁자인 이 후보에 대해선 “31개 시·군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협치를 이끌어 낸 것과 성남이란 부자 도시에서 행정을 한 것은 경험치의 차원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로도 들린다. 그의 시선은 오히려 더 넓고, 더 큰 무대를 향해 있다. 남 후보는 “지방선거 이후가 중요하다”며 “야권통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그의 행보는 선거 승리에만 관심이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놓자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남북한 정상회담이란 ‘쓰나미’ 앞에서 안보위기를 강조한 반대보다는 경제 살리기로 물꼬를 돌려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당이 지난달 16일 ‘드루킹 특검’을 처음으로 요구했을 때 배경 현수막에 적혀 있던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문구도 남 후보의 ‘머리’에서 나왔다.
남 후보는 보수의 재건을 위해선 혁신과 통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가 이렇게 찢어져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독주와 독선에 실망한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흡수할 힘이 없다”고 토로했다. 남 후보는 ‘드루킹 사건’이라고 불리는 전 민주당원들의 댓글조작 의혹을 사례로 들었다. “호재(好材)를 호기(好機)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남 후보는 통합의 화두로 경제와 연정,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따뜻한 보수론(論)’을 폈다. “보수의 최고 가치는 자유지만 이와 함께 반드시 같이 가야 할 덕목이 배려”라는 것이다. 남 후보는 “새로운 보수주의도 자유시장경제를 가장 중심에 놔야 한다”면서도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정책과 시장경제가 오작동하는 것을 막는 배려의 정책이 따라붙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청년 시리즈’는 남 후보가 구현한 따뜻한 보수의 대표적인 사례다.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10년을 근속하면서 매달 10만~30만원을 저금하면 도의 지원을 합쳐 최대 1억원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다. 이 후보의 무상 시리즈와 대비되는 ‘선택적 복지’의 전형이다. 연정은 남 후보가 통합의 리더십을 구현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론이다. 2014년 경기지사 당선 후 그는 과감하게 야당(현 여당) 인사에게 부지사를 할애했다.
남 지사는 이날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대결구도보다는 경기도의회 야당에 인사와 재정 등 권한 일부를 부여했던 연합정치(연정)를 실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 평화 정착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도 협조하겠다며 접경지역 경기도의 특성을 살려 북한 핵폐기와 경제 제재조치 해제라는 전제 아래 ‘핵 없는 북한’과의 담대한 협력 방안을 제시하겠다도 약속했다.
남 지사는 “남경필이 만들 민선 7기 경기도는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 더 행복해질 것”이라며 “경기도의 경제는 이미 민선 6기를 통해 튼튼한 기초체력을 만들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치의 바람이 어떻게 불지가 관건”이라며 “개혁과 젊음을 원한다면 ‘남경필’이란 브랜드가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