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강남, 학종은 자사고 유리? '전제'가 잘못됐다

입력 2018-05-09 14:25
수정 2018-05-09 14:45
[김봉구의 교육라운지]

대입 최우선시 포인트는 '학교 교육 내용 변화'
교육사다리 기능은 균형선발 등으로 보완가능


올 8월 결정을 앞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최대 격전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적정 선발비율이다. 수능은 강남, 학종은 자율형사립고 학생에 유리한 전형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명문대 입시 결과를 근거로 서로 ‘금수저 전형’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한 발짝 물러서서 딴지를 걸어보자. 과연 이런 접근법은 적절한 것인가.

표면적으로 정반대 입장인 양측은 공통의 전제를 갖고 있다. “특정 대입전형이 강남 또는 자사고에 유리하게 작용해서는 안 된다.” 강남과 자사고로 상징되는 ‘다른 출발선’의 부유층 학생들이 명문대 입학을 독식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른바 교육사다리 복원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개천용을 살려내자는 사회적 합의다. 이견을 달기 어려운 정론에 가깝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꼭 수능이냐 학종이냐의 쟁점으로 환원되어야 하는 걸까? 그 구도에 갇히면 소모적인 도돌이표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수능이 부모 경제력에 토대한 사교육의 영향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은 그동안 여러 연구와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학종 역시 교과 위주나 균형선발전형을 걷어내면, 주요 대학의 수시 일반전형에서 자사고 학생들이 우수한 실적을 거뒀음은 웬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어느 전형을 택하든 맹점은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공정 입시’, 즉 개천용에 대한 집착이 대입 이슈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까닭이 있다. 한국은 6·25 직후의 ‘초기화’ 상태에서 급성장한 사회다. 다함께 못살아 격차가 거의 없던 시절 명문대 학벌을 따내면 계층이동이 가능했다. 실은 역사적으로 드물고 특수한 시기였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선 이때의 경험이 교육과 대입에 대한 인식을 규정하는 시금석이 됐다.

“대입은 계층이동의 효과적 방편이 되어야 한다.” “사교육을 받거나(수능) 스펙을 쌓지(학종) 않고도 흙수저가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게끔 만들자.” 수능파든 학종파든 이러한 대전제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그 전제는 잘못되었다. 특정 입시방식으로 바꿔 계층이동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교육의 목표와도 동떨어진 방향인 탓이다. 지금 우선시해야 할 목표는 이런 것들이다. 학교 교육은 어떤 학생을 길러낼 것인가. 미래사회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능력과 적성은 무엇인가. 여기에 적합한 교육은 어떤 것이며 그 성과를 측정하는 걸맞은 평가방법은 무엇인가.

이상론일까? 아니다. 물론 대입은 여전히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렇다 해도 입시방식 손질은 계층이동성 강화보다는 교육 내용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입전형을 바꾼다고 해서 개천용을 양산할 수 있는 시기를 이미 지나쳐왔기 때문이다.

계층이동 문제는 입시 자체를 흔들기보다 별개 차원에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노력을 들 수 있다. 명문대 입시에서의 경제적·사회적 요인을 포함하는 계층 할당조치가 그것이다. 기존 대입전형 중에서 꼽자면 균형선발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겠다.

이처럼 대입에서 교육사다리 기능을 떼어내 균형선발 등으로 구현하면 해법은 한층 단순해진다. 순수하게 평가의 목적에 집중해 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생긴다. 대입이 핵심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은 흙수저의 명문대 진학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설계된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을 정확하게 평가해 받아들이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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