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한국블록체인진흥협회 이사장 인터뷰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기본기 갖춰
정부 나서면 빠른 속도로 산업 육성 가능
“제도에서 뒤쳐지긴 했지만 세계 최고의 디지털 인프라와 많은 인력을 활용하면 블록체인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진흥협회 이사장(사진)은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아직 한국에게 기회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전문 인력 양성 ▲정책 연구 ▲컨설팅 등의 활동으로 블록체인 생태계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블록체인 기본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기본 역량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PC와 스마트폰,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보급률 등이 세계에서 가장 앞섰고 IT 기술자들도 많다”며 “4차 산업혁명을 맞을 기본기는 튼튼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블록체인 산업에서 제도적으로 앞선 일본에서도 한국의 역량을 부러워하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최근 유의미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기에 제도적인 문제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 이사장은 “블록체인에 긍정적 견해를 가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했다”며 “정부가 블록체인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겠다는 큰 흐름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암호화폐공개(ICO)에 적극 반대하던 관계당국 공무원들이 최근 ‘ICO를 해서 성공한 기업의 사례가 있다면 ICO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한 번 내린 판단을 뒤집지 않는 정부의 생리를 감안할 때 이는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파격적으로 변하기보단 인적쇄신을 통해 자연스러운 변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국내 ICO 유치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인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김 이사장은 “스위스와 싱가포르, 지브롤터 등이 ICO를 유치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이 ICO로 모인 금액을 지나치게 많이 거둬가는 탓에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현지에 사무실을 내고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고문단을 갖추고 자문도 받으려면 한 프로젝트에 최소 10억원은 들어간다”며 “제반 비용과 별개로 ICO로 모인 자금 총액에 세금도 매긴다. 스위스의 경우 15%”라고 지적했다. 한 기업이 ICO로 100억원을 모금하면 25억원 이상을 스위스에 내는 셈이다.
김 이사장은 “나머지 75% 자금도 스위스에서 반출하기가 무척 까다롭다”며 “이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내걸면 국내 기업 유출을 막는 것은 물론 해외 기업도 유치할 수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ICO를 할 경우 세계 최정상급의 통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중국, 일본 시장을 보다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정부의 개입으로 이미 국내 시장이 망가졌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ICO가 벤처캐피탈 자본과 결합해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빅데이터와 만나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실망하기엔 이르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앞으로도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인근 드라퍼(Draper) 대학과 전문 교육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며 “산업인력공단, 한양대, 단국대 등과도 블록체인 인재 양성을 위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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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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