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국민 재테크 상품'… 올들어 28조 '뭉칫돈' 몰려

입력 2018-05-08 16:33
수정 2018-05-08 17:08
'H지수 악몽' 3년…

지수 반토막에 투자 위축
작년 말 규제 풀리면서
H지수 관련 ELS 발행액
올 1분기 15조… 9배 급증

일각선 '제2 ELS 대란' 우려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분산투자해 리스크 줄여야


[ 나수지 기자 ]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 투자자가 다시 몰리고 있다. 2015년 홍콩H지수 급락으로 손실 위험에 노출된 ELS 투자자가 크게 늘면서 시장을 빠져나갔던 자금이 지난해부터 빠르게 돌아오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올 들어 ELS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높아진 게 자금 재유입의 핵심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다시 홍콩H지수 ‘쏠림’을 경계할 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시 주목받는 ELS 시장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발행된 ELS는 27조7636억원 규모다. 올 1분기에만 19조6955억원어치가 발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액(17조1214억원)을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발행액(61조8078억원)을 올해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LS는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으며 2015년에는 발행액이 57조5534억원으로 늘었다. 통상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지수나 종목이 투자 시점보다 40~60%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약속한 수익을 보장받는 이해하기 쉬운 투자 조건이 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다. ‘지수나 종목이 가입 시점보다 반토막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2015년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설마’가 현실이 됐다. 2015년 5월까지만 해도 15,000에 육박하던 홍콩H지수는 2016년 2월에는 7500선까지 급락해 9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37조원에 달하는 홍콩H지수 포함 ELS 투자액 가운데 3조원 이상이 녹인(원금 손실 가능) 구간에 진입해 문제가 됐다.

ELS 투자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데다 금융위원회가 투자자 피해를 우려해 2015년 11월부터 증권사별로 상환하는 금액의 90%까지만 홍콩H지수 ELS를 새로 발행할 수 있는 규제를 내놓으면서 ELS 신규 발행액은 2016년 32조541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변동성이 큰 홍콩H지수를 기초지수로 담기 어려워지면서 연 7~8% 안팎이던 ELS 기대수익률이 연 4~5%가량으로 내려앉은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ELS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클수록 기대수익률도 커진다.

“제2의 홍콩H 쏠림 현상 경계해야”

ELS가 올 들어 다시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로 금융위의 ELS 규제가 폐지되면서 올해부터는 증권사들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를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올 1분기 나온 ELS 가운데 홍콩H지수가 포함된 상품은 15조6554억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7857억원)의 약 9배로 급증했다. 최근 연 8~9%의 높은 수익률을 내건 ELS의 기초자산에는 모두 홍콩H지수가 포함돼 있다.

일각에선 ‘제2의 ELS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는 2015년만큼 홍콩H지수 ELS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하지 않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2015년과 같은 혼란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 ELS 발행이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누적 발행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쏠림이 크지 않다”면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거처럼 시장 쏠림 현상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같은 투자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ELS 상품도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초지수가 겹치면 해당 지수가 급락했을 때 손실 가능성이 똑같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기초자산이 겹치지 않는 다양한 ELS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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