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정부 "에어프랑스 사라질 위기"… 철도 이어 항공 노동개혁

입력 2018-05-07 19:27
수정 2018-06-06 00:30
취임 1년 마크롱, 또'초강수'
철도노조와 전면전 와중에
파업중인 국적항공사 '경고장'

2월부터 파업 또 파업
임금협상 깨져 CEO 사의
철도노조와 연대 정치파업 변질

재무장관"경쟁력 없으면 퇴출"
3억유로 손실… 주가 40% 폭락
'마크롱 개혁' 피로감이 변수


[ 이설 기자 ] 오는 14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노동개혁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프랑스 정부가 국영철도공사(SNCF)의 방만경영을 개혁하기 위해 철도노조와 전면전을 치르는 가운데 프랑스 최대 항공사 에어프랑스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7, 8일 이틀간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장마르크 자나이악 에어프랑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사원총회에서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이 부결되면서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프랑스 정부는 “경쟁력이 없으면 에어프랑스도 사라질 것”이라며 ‘긴축’을 강조하고 있다. 에어프랑스 모기업 에어프랑스-KLM은 지난 7년(2011~2017년) 중 6년간 적자를 낼 만큼 경영상황이 악화된 상태다.

정부, “에어프랑스 사라질 것”

브루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는 에어프랑스 지분 14.3%를 보유한 소수 주주에 불과하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면 정부가 에어프랑스 구출에 나서서 손실을 흡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특히 “에어프랑스가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에어프랑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이 회사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에어프랑스 노조는 지난 2월 올해 6%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1% 인상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사측 안을 거부하며 올해 들어서만 13일간 파업을 벌여 노선 운항률을 70% 안팎으로 떨어뜨렸다. 에어프랑스는 운항 차질로 3억유로(약 38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고 에어프랑스-KLM 주가는 올 들어 40%나 빠졌다. 르 메르 장관이 “에어프랑스의 생존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부당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승무원, 지상직원, 조종사 모두가 책임질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노사 간 임금 갈등이 해결될 기미도 없다. 자나이악 CEO는 지난달 20일 ‘4년간 7% 임금 인상’을 최종안으로 제시하며 ‘부결 시 사임’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 안은 사원총회에서 55.4%의 반대로 부결됐다. 노조는 최종안으로 올해 5.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곧바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임시경영진을 선출할 계획이지만 CEO 사퇴로 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에어프랑스의 노사 갈등이 악화되는 배경에는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반발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시장 유연화, 노조 권한 약화 등 지난해부터 프랑스 정부가 추진해온 전방위 노동개혁에 밀릴 수 없다는 노조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아르노 아이메 시아파트너스 컨설턴트는 “일부 (에어프랑스) 직원은 노조 약화 움직임에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파업도 몸살…노동개혁 성공할까

마크롱 정부의 노동개혁은 SNCF 노조와의 전면전으로 이미 한 차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가 SNCF 신입사원에 대해 종신 고용, 연봉 자동 승급, 조기 퇴직 시 연금 수령 등 각종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SNCF 노조는 4월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1주일에 이틀씩 파업을 벌이며 프랑스의 물류·교통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역대 정부 중 SNCF 개혁에 성공한 사례가 없을 만큼 철도노조는 상징적이고 강력하다. 여기에 공무원·병원노조와 일부 대학생이 SNCF 총파업에 가세했다. 종종 SNCF와 함께 파업을 벌여온 에어프랑스 노조도 그중 하나다. 마크롱 정부는 ‘고비용·저효율’의 프랑스병(病)을 고치기 위해 개혁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철도 총파업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와 주간지 주르날뒤디망슈 조사에 따르면 철도 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1%, 반대한다는 응답은 59%였다. 한 달 전에는 지지율이 47%였다.

마크롱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변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지난 1년간 마크롱의 국정 운영에 실망했다’고 답했다. 프랑스 정부가 타협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7일 SNCF 노조와 만나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강경 일변도이던 지금까지의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적 불안이 마크롱의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