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곳간 축내는 '쌀 변동직불금'에 칼 빼든 정부

입력 2018-05-07 18:29
수정 2018-05-07 19:35
쌀 생산과잉 뒷수습에 2兆 투입… 재정부담 '눈덩이'

쌀 목표가 1000원 올리면 직불금도 373억씩 늘어나

세 가지 개편안 놓고 고민
변동직불제 폐지하거나 쌀 대신 他작물 전환 유도
농가 수입별 차등 지급 검토


[ 이태훈/임도원 기자 ] 정부가 쌀 변동직불금 제도 개선에 들어간 것은 이 제도가 쌀 과잉 생산과 재정 부담이라는 두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개편 방안 논의를 시작해 2022년부터 변경된 변동직불제를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변동직불제를 아예 폐지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직불제 수술 들어간 정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1월 지출구조 개혁단 회의에서 쌀 변동직불제의 대대적 수술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요구했다. 2016년산 쌀에 지원된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이 2조3000억원을 넘는 등 재정 부담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고정직불금은 쌀 농가에 농지 1ha당 평균 100만원을 주는 것이다. 변동직불금은 쌀 목표가격에 비해 시장가격이 낮으면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지급한 고정직불금 규모는 매년 7000억~8000억원 정도로 큰 변동이 없다. 반면 변동직불금 규모는 계속해서 늘었다. 2014년산 쌀에 지급된 변동직불금은 1941억원이었지만 2016년산 쌀 변동직불금은 1조4900억원으로 2년 만에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농식품부가 최근 마련한 변동직불제 개편안은 △쌀 변동직불제 폐지 및 고정직불제(논밭 면적당 주는 돈) 단가 인상 △변동직불제를 당분간 유지하되 생산조정(쌀을 타 작물로 전환) 의무 부과 △농가 수입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새 직불제(가격변동대응직불제) 도입 등 세 가지다.

첫 번째 안인 쌀 변동직불제 폐지는 쌀에 집중된 보조금을 다른 작물에 골고루 나눠줘 쌀 과잉 생산을 막자는 것이다.

두 번째 안은 변동직불금 수령을 원하는 농가에 쌀 생산량 감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영세 농가는 의무를 면제해주고 일정 규모 이상인 농가에 적용하는 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대규모 농가가 농지를 분할해 감소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세 번째 안은 쌀 가격이 아니라 농가 수입을 기준으로 직불금을 지급하는 ‘가격변동대응직불제’ 도입이다. 쌀뿐만 아니라 논에서 재배하는 주요 작물의 수입을 모두 합한 것을 바탕으로 직불금을 주자는 것이다. 쌀 이외의 다른 작물에도 변동직불금을 주는 셈이지만 농가가 쌀농사를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단점이다.

◆놔두면 재정부담 ‘눈덩이’

올초 지급된 2017년산 쌀 변동직불금은 5393억원으로 작년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산지 쌀값이 17만원대(80㎏ 기준)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쌀값을 올리기 위해 1조원을 들여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을 매입했다. 쌀 수매와 변동직불금에 1조5000억원이 들어갔고 고정직불금까지 감안하면 2조원 넘는 돈이 쓰였다.

쌀로 인한 재정 부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변동직불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쌀 목표가격(현재 18만8000원)은 5년마다 국회에서 정해지는데 올해가 새 기준을 정하는 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대선 때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쌀 목표가격을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산정한 예상 목표가격은 19만6121원이었다. 농식품부는 목표가격을 1000원 올릴 때마다 쌀 직불금 총액이 373억원 늘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가격을 19만6000원으로 8000원 올리면 연간 약 3000억원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이태훈/임도원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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